[조선일보 제공] “내년 강남 집값은 어떻게 될까?”
지난 4~5년간 전국 집값 급등의 진원지 역할을 했던 서울 강남권(강남·서초·강동·송파)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2% 정도 하락했다. 전세 가격도 강남구가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강남권 전체 평균도 보합세(0.18%)에 그쳤다. 2005년과 2006년 매매가는 20~30%, 전세가는 10% 안팎의 폭등세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강남권은 내년에도 매매와 전세시장이 올해의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전세 시장 안정세 유지… 逆전세대란 올수도
내년 강남권에는 서울 전체 입주 물량의 절반 정도인 2만4000여 가구의 새 아파트가 입주한다. 특히 송파구는 2만 가구가 넘는 대규모 입주가 이어져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逆)전세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신천동 시영(6864가구), 잠실동 주공1단지(5678가구)와 2단지(5563가구) 등 재건축 단지가 내년 7월 이후 줄줄이 입주한다. 강동구에서는 암사동 강동시영1단지를 재건축한 롯데캐슬퍼스트(3226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입주물량이 많지 않지만 송파구의 대단지 입주 영향으로, 전세 시장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김규정 팀장은 “강남권 전세 수요자는 대단지 입주 시점에 맞춰 집을 옮길 경우,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전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전세를 놓을 집주인은 대단지 입주가 몰려 있는 내년 하반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해도 집값 오를 가능성은 낮아
매매 시장도 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강남권 입주 물량이 많은 데다 정권 초기에 세금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 쉽지 않은 만큼, 약보합세 정도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규정 팀장도 “새 정부가 양도세를 줄여 준다면 오히려 양도세 부담 때문에 그동안 집을 팔지 못했던 주택 보유자들이 매물로 내놓아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가 풀린다고 해도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금리 때문에 강남권 고가 주택 수요가 되살아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내년 하반기 이후 종합부동산 세율 인하, 재건축 용적률 상향 조정 등 각종 규제가 조금씩 풀리면서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규제 완화에 재건축 수혜받나
최근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 급매물이 회수되는 등 오랜만에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건축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재건축 규제가 완화될 경우, 그동안 잠잠하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일 수 있지만 새 정부도 강남권 집값이 갖는 폭발성을 잘 알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규제를 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금리가 낮아지고 획기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되지 않는 이상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