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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Edaily "나이롱 환자 막으려면, 정액배상제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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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배 기자I 2025.12.08 05:30:00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①
병리적 보상 문화가 보험료 잠식
'경미 사고=인적손해 없음'이 기본값 돼야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은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면 도로에서 되풀이되는 장면이 있다. 운전자가 뒷목부터 잡고 나오는 모습이다. 주변에선 “무조건 한방병원에 가라”는 조언부터 한다.

우리사회에는 ‘교통사고는 아무리 작게 나도, 발생했다면 (사람이) 다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물론 작은 사고라 해서 무조건 꾀병은 아니겠지만, 모든 사고는 당연히 ‘인적 손해’란 전제 아래 진단과 치료 및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과도한 보상 문화는 자동차보험을 좀먹고 그 부담은 선량한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보험연구원 연구·분석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진료비 중 약 30%가 과잉진료로 의심되며, 이들 과잉진료 의심 그룹의 1인당 진료비는 그렇지 않은 그룹의 3.7배, 진료일수는 3.1배에 달한다. 특히 비급여 비중이 높은 한방진료 이용률, 입원율, 장기 통원 비율이 유독 높은 집단이 과잉진료를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자동차보험에서 한방 경상환자 1인당 치료비가 현대의학의 3배 이상, 총 치료비는 약 4배에 이르렀다는 국정감사 자료도 나왔다.

명확하지 않은 자동차 법령 규정 아래 ‘사고 한 번 났으니 보험으로 오래 치료받자’는 인식, 한방병원과 브로커의 과도한 유인, 통증의 경중을 가려내기 어려운 구조가 맞물리면서 작은 접촉사고가 보험제도의 신뢰를 잠식하고, 결국 평균 자동차보험료만 올라가는 상황이 됐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경미 손상을 ‘외장 부품 교체 없이도 복원 가능한 손상’이라고 규정한다. 다시 말해 범퍼나 펜더 등 외관에 흠집이 있을 뿐, 차량 구조와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는 매우 작은 사고가 경미 사고다. 공학적 상식으로 보자면 이런 수준의 사고가 정상적인 성인에게 의미 있는 신체적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면 ‘경미 사고에서는 통상 인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인과관계 부존재 추정 원칙(원인과 결과 사이에 실제로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을 때,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원칙)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고령자나 과거 병력이 있는 사람처럼 예외적 상황이 증명되는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하되, 기본값만큼은 ‘정직’하게 재설정하자는 것이다. 지금처럼 사고 사실과 통증 호소, 진단서 한 장만으로 인과관계를 자동으로 ‘추정’하는 구조는 법리가 아니라 관행에 가깝다.

해법은 간단하다. 경미 사고의 범위를 법률 또는 하위 법령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그 범위 내 사고에 대해선 ‘인적 손해 없음’의 추정을 기본으로 삼되, 예외를 주장하는 쪽은 구체적 의학 자료로 뒷받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고령·과거 병력·특수 체질 등 특별한 경우를 위한 예외 장치는 함께 마련해야 한다. 현재는 경미 사고에서도 보험사가 일일이 인과관계 부존재를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잉 진료와 부당 청구를 걸러내기 위해 막대한 조사와 소송이 반복된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선량한 다수의 보험 가입자에 전가된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영국처럼 경미한 사고에 대해 정액배상과 의학적 증거없는 합의 금지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국은 3년마다 손해배상액을 검토하도록 하면서 과도한 소액 청구를 줄이고, 자동차 보험료를 낮추고 있다.

작은 사고에서도 인과관계를 정직하게 따지는 것, 그 지점이 바로 건전한 자동차보험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경미 사고에 대해 인적 손해를 인정하지 않는 기본적 원칙은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보험료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파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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