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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보려고 직접 발품을 팔고 관광버스를 대절해 단체 임장에 나서고 매일매일 부동산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시장 상황을 확인하고 부동산 투자책을 익히고 대출을 어떻게 하면 많이 받을 수 있을까 공부하는데 주식투자는 불로소득이 아니고 부동산 투자만 불로소득이라고 하면 억울할 일이다.
반면 주식투자도 부동산 투자도 불로소득이 아니라고 하면 세상에 불로소득은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복권을 사기 위해 먼 판매소를 방문하고 종일 힘들게 카지노에 앉아 있는데 로또와 도박도 불로소득이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불로소득이 불로소득이 아닌 대한민국이 돼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먼저 불로소득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가치창출 유무다.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지 않고 사적 이익만 얻는다면 그 수익은 불로소득에 가깝다. 부동산 투자에서 발생하는 차익은 대부분 경제적 생산을 거치지 않는다. 토지나 주택은 가만히 있어도 오른다. 그러나 주식은 다르다. 자본조달을 통해 기업의 생산·고용·연구개발·혁신이 확장된다. 경제의 ‘총량’을 키우는 쪽에 자본이 흘러간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둘째, 제로섬 여부다. 누군가의 이익이 곧 다른 누군가의 손실로 귀결된다면 그 수익은 ‘전체 파이를 키운 결과’가 아니라 ‘파이를 나눠 갖는 과정에서 생긴 이전(移轉) 소득’이라고 봐야 한다. 이 경우 사회 전체의 부는 늘어나지 않고 다만 소유권이 이동할 뿐이다. 이런 성격이 강할수록 불로소득의 정의에 가까워진다.
이 기준에서 보면 부동산 시장은 구조적으로 제로섬에 가깝다. 토지는 공급이 제한돼 있고 가격 상승은 생산과 혁신의 결과가 아니라 희소성·규제·기대심리의 결과로 나타난다. 어떤 이가 집을 팔아 큰 이익을 얻었다면 그 반대편에는 대출로 더 비싼 가격을 떠안은 누군가가 존재한다. 이는 ‘부의 창출’이 아니라 ‘부의 이전’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 전체의 삶의 비용은 올라가고 미래 세대의 기회는 줄어든다. 불로소득 논란이 가장 거세게 일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주식투자는 원칙적으로 제로섬이 아니다.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고 신사업을 확장하며 고용과 혁신을 늘릴수록 주식의 가치는 함께 성장한다. 투자자는 기업이 만들어낸 부가가치의 일부를 배당이나 주가 상승의 형태로 공유한다. 물론 단기 매매와 투기적 거래는 예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과 함께 파이가 커지는 구조라면 그 이익은 이전소득이 아니라 ‘창출된 가치의 분배’에 가깝다.
기준을 달리하니 더욱 명백해졌다. 부동산 투자는 불로소득이고 주식투자는 불로소득이 아니다. 코스피 지수가 5000을 향해 가는 지금, 대한민국은 ‘부동산 불로소득 체제’에서 벗어나 ‘생산적 자본 축적의 시대’로 이동할 수 있을까. 아니면 오른 주식을 팔아 다시 부동산으로 돌아가는 익숙한 길을 선택할 것인가. 질문은 무겁지만 답은 어렵지 않다. ‘부를 나누는 시대’에서 ‘가치를 만드는 시대’로 이동하는 것. 그것이 진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