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식 제동 시스템(EMB) 장착 차량을 운전하던 HL만도 직원이 터치 패드를 조작하니 2개의 휠이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변했다. 바퀴 두 개의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큰 무리 없이 회전 구간을 통과했고 급정거할 때도 살짝 밀린 감이 있을 뿐 안전하게 멈출 수 있었다. 기존 브레이크 오일을 넣은 유압 방식의 브레이크가 아니라 전자 신호로 작동하는 부품을 각 휠에 설치함으로써 균등하게 동력을 배분하는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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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북쪽 지역에는 자동차 부품 기업인 HL만도가 세운 북경연구소가 자리했다. 이곳은 회사가 개발한 첨단기술의 제품이 전시됐고 직접 제품을 시연할 수 있는 1.7km 길이의 트랙이 설치됐다.
지난 14일 찾은 북경연구소에선 회사의 최신 제품을 시연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트랙은 현대차(005380)의 제네시스를 비롯해 HL만도의 고객사인 다양한 중국산 자동차들이 바쁘게 오가며 EMB 외 다양한 제품들을 시연하고 있었다.
모바일 기기로 자동차 컨트롤이 가능한 MWC(Mobile Wheel Control)는 자동차 핸들에 문제가 생겼을 때 태블릿 같은 기기로 조종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MWC가 장착된 차를 타니 실제로 핸들을 움직이지 않고 태블릿을 작동하는 것만으로 좌우로 방향 전환이 가능했다.
이 차에는 후륜(뒷바퀴) 조향 제품인 RWS 2세대도 장착됐다. 일반 자동차는 전륜(앞바퀴)만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데 이 제품이 적용되면 후륜 또한 조향 가능하다. 회전각을 줄여 더 좁은 길에서도 편리하게 움직일 수 있다. 고속 운전시에는 앞뒤 바퀴를 조정해 안정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이밖에도 기계적으로 부품을 연결하지 않고 통신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조향 시스템인 SbW(Steer by Wire), 자율주행에 맞춘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 등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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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HL만도에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지난해 중국에서만 2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둬 북미 시장과 나란히 했다. 당초 현대차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지만 빠른 고객 다변화 노력을 통해 거둔 성과다.
박영문 HL만도 중국법인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만도의 핵심은 고객 다변화로 중국은 그 상징”이라며 “중국을 자주 찾으면서 고객사들과 만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는 중국 시장에서 자동차 부품의 전자 장비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에 조향, 브레이크 등 각종 부품을 기계식이 아닌 전자식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에 최적화한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중국 내 입지를 넓혀나가자는 게 중장기 방침이다. HL만도 관계자는 “향후 자율주행에서 필수부품인 SbW 같은 경우 기계적 연결 없이 와이어로 연결하는 시스템인데 차량 실내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고 설계에 유리하다”며 “오일 등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제품”이라고 전했다.
이날 시연 행사에 참석한 조성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HL그룹 모든 구성원이 60년 넘는 세월동안 노력해 이룰 수 있던 R&D 역량과 비전을 공감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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