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7시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MBC 사옥 내 골든마우스 홀. 1071회 차 로또복권 추첨을 앞두고 스튜디오 안은 복권회사 직원과 참관인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참관인이 임의로 로또 공의 번호를 부르면 직원이 계측기를 통해 잰 공의 무게와 둘레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공 규격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위해 경찰도 함께 참여한다. 동행복권에 따르면 추첨 볼 기준 무게는 4g이며 오차범위는 ± 5%(3.8~4.2g)이다. 둘레는 44.5㎜로 ±2.5%(43.4~45.6mm)로 오차 범위 내에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이날 로또 공이 들어 있는 가방 5개에서 공 5개씩 임의로 불러 확인한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권회사 관계자는 “1년에 두 번 전수조사를 통해서 이 무게와 규격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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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7시께부터 약 30분간 진행된 ‘추첨 전 준비과정’은 복권수탁업자 동행복권이 주최한 ‘대국민 로또 6/45추첨 공개방송’의 일환이다. 지난 3월 4일 추첨한 로또 1057회 차에서 2등 당첨이 664건이나 쏟아지며 불거진 조작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그간 로또 복권 추첨 방송에는 약 15명의 일반인이 참석했으나, 이날 공개방송에는 150명이 참여했다. 앞서 참관인 모집 신청에서도 1700명이 넘게 지원하며 10대 1을 웃도는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동행복권에 따르면 로또 추첨기는 프랑스에서 수입한 ‘비너스’라는 기계로 총 3대를 운영하고 있다. 추첨 과정에서는 1대를 사용하고 있으나, 예비 추첨기 2대(1호·2호)를 스튜디오 오른쪽 공간에 대기시켜 놓고 있다. 예비 추첨기 2호까지 고장 날 경우에는 참관하는 사람의 눈을 가린 채로 공을 선정하는 절차도 준비해 놓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추첨기의 바람은 잘 나오는지 공이 잘 회전하는지 등의 기본적인 부분들을 점검한다. 복권회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추첨기가 고장 난 일은 없기도 하고 앞으로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첨기에 들어가는 로또 공 가방 세트도 봉인 과정을 거친다. 로또 공 가방 세트는 총 5개로, 가방마다 45개의 공이 담겨 있다. 가방을 봉인하는 과정에서 임의의 번호를 기재해 놓고, 그 다음 주 추첨 전 가방을 열 때 번호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번호를 확인하는 자리에는 경찰도 동행하며 확인한다는 것이 동행복권 측의 설명이다.
이후에는 공 안에 내장된 RFID 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RFID 칩은 추첨기에서 공이 뽑혔을 때 자동으로 전자기기가 이 공의 번호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공이 뽑혔을 때 컴퓨터 화면에 이 공의 번호가 뜨는 방식이다. 사회자가 6과 9를 헷갈려 잘못 읽는 등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날 복권 직원은 RFID 칩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자원자를 받았다. 참관인 한 명이 임의로 공들을 골라 직원에게 전달하면 직원은 추첨기 내 RFID칩 인식기로 가져갔다. 컴퓨터 화면만을 보고 있던 또 다른 대기자가 모니터에 뜬 번호를 부르면서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앞서 동행복권은 이날 오전 2시께 추첨기가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지도 공개했다. 추첨기는 보안을 위해 CC(폐쇄회로)TV, 이중잠금장치와 봉인이 설치된 창고에 보관되고 있었다. 추첨방송을 맡은 MBC 측과 동행복권 측에서 함께 와야만 열 수 있다.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문을 열어볼 수 없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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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인들도 이번 방청을 통해 추첨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참관인 20대 김모씨는 “공 가방을 열거나 봉인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동행한다는 것에서 일단 믿음이 생겼다”며 “공 무게까지 일일이 측정하는 것을 보고 조작은 있을 수 없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내가 눈으로 봤으니까 주변에 의심하는 사람에게 알려야겠다”고 말했다.
40대 최모씨는 “경찰이 동행해서 확인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로또를 사면서도 매번 조작을 누가할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절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