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21일부터 적용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사적모임 6→8인)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최다 62만명을 넘기는 등 급증세가 이어지며 정점 예측이 연이어 빗나가고 있지만, 정부의 방역 목표는 중증 및 사망 최소화에 있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1주일 이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2~3주 시차를 두고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가 독감 수준의 치명률(0.1%)을 근거로 연이어 방역을 완화한 결과, 오미크론 우세종화(1월 16~22일) 이후 하루 사망자가 이전의 10배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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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씨가 2020년 1월 19일 오후 12시 11분 중국남방항공 ‘CZ6079’편을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이튿날인 20일 코로나19 첫 감염이 확인되며 팬데믹이 시작됐다. 이후 3T(검사·추적·치료)로 요약되는 ‘K방역’이 효과를 발휘하며 확진자 증가 억제를 목표로 오미크론 우세종화 이전까지 하루 확진자는 최다 7000명대 수준 이하로 막아왔다. 사망자도 오미크론 이전까지 지난해 12월 23일 하루 109명이 최다였다.
하지만 오미크론 우세종화 이후엔 하루 평균 사망자가 96명으로 이전 최다 사망자 수준으로 매일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달 3일 오미크론 대응 체제 전환 당시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전문가들은 낮은 치명률에도 확진자가 급증하면 사망자도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고 여러차례 지적해왔다. 또 정점을 확인하지 않고 거리두기 등을 완화해선 안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오미크론 체제 전환 직후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정점으로 올라가는 속도가 훨씬 빨라져 감당할 수 없다”며 “유럽지역 사망자를 보면 다 하루 200~300명씩 사망자가 나오고 고령층 사망률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20만~30만명이 나오는 상황이 오면 짧게라도 락다운 가능성이 있고 별 문제없이 지나가기 어렵다”며 “정점까지 천천히 올라가게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오미크론 체제 전환 당시 정점 시기는 2월 말에서 3월초, 규모를 하루 최대 17만명으로 예상했고, 이후 다시 3월 중순 최대 35만명으로 바꿨지만 모두 빗나갔다. 그런데도 3월 들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잠정 중단했고, 거리두기도 사적모임 4인·영업시간 오후 9시에서 단계적으로 8인·오후 11시까지 풀었다.
앞서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는 유행정점 이후에 2~3주 이후까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치명률 관리가 상당히 중요한데 현재까지의 치명률 관리상에서는 최근 4주간 치명률이 0.1%보다는 낮게 나오고 있어 현재 단기 치명률 자체는 계절독감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계절독감도 연간 최소로는 한 2500명 그리고 많을 때는 한 5000명까지 사망자가 발생하고, 폐렴 사망자의 경우에는 몇만명 정도 1년에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전체적인 사망 규모를 다른 질환과의 사망 규모와 비교 ·분석하면서 이 부분들에 대해서는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