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F소설계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김보영(46)은 SF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SF소설은 한때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올해는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5.5배 늘어날 정도로 크게 약진하고 있다. 국내 SF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단연 김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촉각의 경험’으로 제1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중편부문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세계적 SF 웹진 ‘크락스월드’에 한국 작가 최초로 소설을 게재했고 최근 미국 최대 출판그룹 하퍼콜린스와 소설 세 편 판권 계약을 맺기도 했다.
최근 김 작가는 중단편 모음집 ‘얼마나 닮았는가’(아작)를 출간했다. 이번 모음집에는 가장 최근 작품 이외에 지난 10년간 쓴 대부분의 작품을 모았다.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 작가는 “SF가 유달리 한국에서만 오랫동안 지나칠 정도로 억압됐다”며 “지금의 주목도 늦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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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의 소설은 최근 몇 년간 미국뿐 아니라 중국, 영국 등에서 번역 소개돼 호평을 받았다. 그는 공모전에 첫 소설을 냈을 때부터 여러 독자로부터 “해외에서 태어났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막연히 그런가보다 했는데 해외 출판사를 접촉하고 나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책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반응도 좋았다.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그는 “영미권은 아직 잘 모르겠는데 중국 독자들은 ‘우리(중국)와 유사하다’는 말을 하며 많이 좋아해 줬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작품에는 시간여행부터 인공지능, 올해는 코로나19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김 작가는 작품의 소설과 영감은 일상 전체에서 온다고 했다. 어릴 적 상상한 것들만 해도 평생 다 쓰지 못할 정도로 많았다. 결국 어떤 소재를 쓰기보단 한 소재에 얼마나 시간을 들여 깊이 공부하고 생각하는지가 중요했다. 김 작가는 “그 점이 늘 몇 배는 어렵다”며 “소재는 어떤 것이든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작품으로 구상하고 있는 소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그랬듯 소설을 실제로 쓰기 시작하면 그때의 사회 상황이 영향을 미친다”며 “내년이 어찌 될지는 정확히 감이 오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