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반딧불이, 짝짓기 때 암컷에 영양분 선물…선물 클수록 짝짓기 유리
효소에 의해 활성화된 발광 물질, 몸속에 들어온 산소와 만나 발광
달팽이 등 먹이에 소화·마취 효소 주입해 액체 만들어 빨아먹어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 제주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 사진=제주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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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개똥벌레, 형설지공(螢雪之功)으로 잘 알려진 ‘반딧불이’. 반딧불이하면 흔히 시골의 여름밤을 밝히는 낭만적인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반딧불이가 다른 곤충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이 발광(發光)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반딧불이의 특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반딧불이의 짝짓기 과정은 어떤 면에선 신비롭기까지 하다.
반딧불이 수컷이 짝짓기 시 암컷을 유혹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빛이고 또 다른 하는 선물이다. 반딧불이 수컷은 먼저 자신이 마음에 드는 암컷을 향해 빛을 보낸다. 이는 일종의 세레나데다. 암컷은 수컷의 발광 지속 시간과 패턴에 따라 그의 매력도를 판단한다. 판단 결과 수컷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면 암컷은 수락의 의미로 짧게 빛을 깜빡인다.
구애에 성공한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 하는 동안 암컷의 몸으로 선물 보따리를 넣어준다. 그것은 정포(정자 꾸러미)다. 여기엔 정자와 함께 암컷을 위한 영양분도 함께 들어 있다. 암컷은 수컷의 구애를 일단 받아들인 이후 수컷이 신체 접촉을 해 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수컷의 정포 크기에 반응한다. 더 큰 정포를 가진 수컷이 짝짓기에 유리한 것이다.
| 제주 청수리 곶자왈 반딧불이 축제. 사진=제주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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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이유와 원리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우선 수많은 반딧불이 중에 우리나라에도 서식하는 종류 중 하나인 애반딧불이(Luciola lateralis)의 발광기는 암컷은 복부 제 6마디에 1개, 수컷은 6~7마디에 각각 한 개씩 총 두 개가 있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이유는 크게 봐서 앞서 말한 짝짓기의 목적 외에도 포식자에게 보내는 경고의 의미도 있다. 이 밖에 빛을 통해 어둠 속에서 길을 찾고 먹이를 발견하며 동료들과 위험 정보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반딧불이는 몸속에 있는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발광 색소와 루시페라제(luciferase)라는 효소를 통해 빛을 낸다. 몸 안의 루시페라제가 루시페린을 활성화시키고 이 활성화된 루시페린이 몸속에 들어온 산소와 만나면 산화돼 빛을 낸다.
화려한 빛을 내는 반딧불이는 의외의 잔인한 모습도 갖고 있다. 반딧불이 유충은 주로 다슬기나 달팽이 등의 동물을 먹는다. 얼핏 껍데기가 있어 먹기 힘들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반딧불이 유충은 강력하고 큰 턱을 갖고 있다.
턱으로 먹이를 물면 반딧불이는 강력한 소화·마취 효소를 먹이에 넣는다. 효소가 주입된 먹이는 연한 액체 상태가 되고 반딧불이는 그렇게 변한 먹이를 빨아먹는다. 하지만 성충이 된 반딧불이는 입이 퇴화되고 10~15일 간의 수명 동안 이슬만 먹다가 생을 마감한다.
도움말=이보람 과학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