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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고 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오곡백과가 익는 계절이다. 대대로 추석은 일년 중 먹을 것이 가장 푸짐한 때였다.
그렇다면 올해 한가위도 과연 그럴까. 우리 경제 안팎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요즘이다. 이데일리가 한국은행 등의 통계를 토대로 최근 우리나라 각 지역들의 경제 사정을 점검해봤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서울에서 자유로를 타고 북쪽으로 계속 달리면 나오는 도시. 바로 경기도 파주다. 주말마다 아울렛 등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 한적한 교외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곳.
이런 수식어 모두 틀리지 않지만, 그래도 파주는 기업도시다. LG디스플레이(034220)가 자리 잡으면서 도시의 지도를 완전히 바꿔놨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LG디스플레이가 파주에 투자하기 직전인 지난 2003년보다 10년 뒤인 2013년 때 종업원 10인 이상 사업체 수가 2배가량 늘었다. 당연히 파주 인구도 급증했고, 각종 인프라 시설도 늘었다.
최근 몇달새 수도권 경제에서 눈에 띄는 소식이 LG디스플레이의 설비투자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 중소형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설비(E6)에 2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그 덕에 7~8월 수도권 경제도 제조업 생산 등의 부진을 만회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의 모니터링 결과 7월 수도권의 설비투자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8로 전월(94) 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하이면 더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다만 4월(96), 5월(96), 6월(94) 등 직전달에 비해 더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기업이 미래를 바라보고 단행하는 설비투자는 경제 활력의 근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비투자 뿐만 아니다. 수도권의 건설투자도 소폭 증가했다. 7~8월 중 건설투자는 지난해 중 늘어난 수주물량이 착공으로 이어지면서 증가했다. 신규 분양시장과 재건축시장 등이 호조세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도 부동산시장은 식을 줄 몰랐고, 이것이 수도권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그 기저에 흐르는 경제심리는 녹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조업 생산이 소폭 감소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특히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노사 분규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자동차업계의 생산이 줄었다”고 했다.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 당장 7~8월 수출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거기에 삼성전자(005930) 갤럭시노트7 사태의 후폭풍도 상당할 전망이다. 지역 경제는 당초 갤럭시노트7의 홍채인식 모듈 등 각종 부품 생산이 늘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배터리 결함 파문에 시계제로 상태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 하나가 삐끗하는 건 그 이상의 함의를 지닌다는 평가다. 그 안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각종 부품들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갤노트7 사태의 영향은 실물경제 뿐만 아니다. 금융시장 불안도 야기하고 있다. 지난 12일 주식시장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하루새 시가총액을 무려 16조원가량 허공에 날렸고, 코스피도 와르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