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 여객기 이집트 운항 전면 중단…英 자국민 송환

신정은 기자I 2015.11.07 11:04:24

"보안국장 건의 수용"…귀국 반안 마련 지시
크렘린궁, 사고원인 확대 해석 경계

샤리프 이스마일(앞줄 가운데) 이집트 총리가 31일 러시아 코갈림아비아 항공 소속 A321 여객기 추락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차이나데일리/이집트PM오피스)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자국 항공사들의 이집트 운항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객기가 폭탄 테러에 의한 사고라는 가능성을 부인해왔던 러시아가 이같은 이례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나이반도로 향하는 자국 항공편 운항을 중단시켰던 영국은 이날 부터 자국민 송환을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으로부터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명확해질 때까지 이집트를 운항하는 러시아 여객기의 운항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건의를 받고 이를 수용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수석은 “푸틴 대통령이 연방보안국장의 건의를 받아들였다”며 “대통령은 연방항공청이 이 권고를 이행하는 방안을 세우고, 또 이집트에 머무는 러시아인들의 귀국 방안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시나이 반도 노선뿐 아니라 모든 이집트 노선에 해당한다. 이집트에는 현재 러시아인 관광객 약 4만5000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이 이집트에 체류 중인 자국민을 위한 별도의 항공편을 마련할 때까지 모든 여행객의 발이 묶이게 된 것이다.

이번 러시아의 조치는 미국과 영국 정상들이 러시아 여객기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테러에 의해 추락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나왔다. 전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폭탄이 기내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그 가능성은 공식적 사고조사에서 도출된 자료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서방국의 추측에 동의하고 있음을 방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이번 여객기 운항 중단 조치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페스코프 공보비서는 “러시아 당국의 운항 금지 조치가 여객기 사고의 원인을 테러로 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정부는 이날부터 시나이반도 샤름엘셰이크에 체류 중인 자국민의 송환을 위해 항공사들의 귀국 비행편 운항을 시작했다. 영국이 지난 4일 자국 여객기의 시나이반도 운항을 중단시키면서 영국인 관광객 2만여명의 발이 묶인 상태다. 프랑스와 벨기에, 독일, 일본 등도 시나이반도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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