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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의 도발…美옐런, 환율전쟁 참전하나

장순원 기자I 2015.01.24 14:27:43

유럽, 예상보다 과감한 돈풀기‥달러가치 급등
올해 금리정상화 시사했지만 강달러 부담 커질듯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환율전쟁이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인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가 과감한 ‘돈풀기(양적완화·QE)’에 나서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예상을 웃도는 규모에 유로화 값이 곤두박질치면서다. 자칫 유럽의 돈풀기가 미국을 자극해 환율전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과연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언제까지 가만히 지켜볼까.

24일 오후 1시47분 현재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1.12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1.1361달러)보다 1% 넘게 하락하며 1.2달러 선이 위태로운 상태다. 장중 1.1113달러까지 하락, 2003년 9월 이후 처음으로 1.12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유로화가 급격히 하락한 것은 ECB의 양적완화 때문이다. 유럽 경제 회생을 위해 1조1400억유로(약 1430조원)에 달하는 돈을 풀었다. 시장이 애초 예상했던 5000억~7000억유로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한편으로는 유로화 환율을 떨어트려 수입물가를 올리는 동시에 수출기업을 측면지원할 수 있는 1석3조 효과가 있다. 앞서 스위스나 덴마크, 터키, 캐나다 등은 ECB발 환율 쓰나미를 피하려 미리 금리를 내리며 방어막을 쳤다. 이러면서 유로화가 움직이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자산은 미 달러화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이 엇갈리기 시작하면서 미국 달러화는 유로화와 견줘 지난 한 해 15%나 급등했다.

‘강(强)달러’는 성장률과 인플레이션(물가), 자산시장 세 가지 경로를 통해 미국 경제에 영향을 준다. 달러화 값이 오르면 미국의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은 약화한다. 또 수입물가를 떨어트려 2%가 목표인 연준의 물가목표를 달성하는데 방해가 된다. 미국 물가는 31개월째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아울러 달러 강세를 노리는 투자자들 탓에 자산시장의 거품을 키워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과거처럼 미국 경제가 세계를 이끌만한 능력이 사라진 이상 미국 경제에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공식적으로 ECB의 양적완화에 대해 찬성 입장이다. 유럽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게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고, 미국 자산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해서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도 다보스포럼에서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지만 이 속도로 유로화가 하락하고 달러가 오른다면 연준도 ‘강달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9월 1유로당 1.4달러였던 유로-달러 환율은 최근 1달러=1유로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로 하락했다(유로 약세). 특히 유럽은 물론 일본과 중국도 돈 풀기 경쟁에 나서면서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트리는 상황에서 미국만 ‘나홀로 금리정상화’에 돌입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부르스 캐스먼 JP모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엇갈린 환율 탓에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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