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불필요한 학습부담 완화”
교육부는 오는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25일 밝혔다. 김도완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영어시험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출제, 불필요한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특히 수능 대비를 위한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쓰기·읽기·듣기·말하기 등 균형 있는 영어능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고 절대평가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사교육비 부담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34%에 달하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수능 영어과목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8월27일 기자간담회에서 “과도한 사교육 시장과 수십 년에 걸친 영어 투자가 무슨 결실을 내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며 영어 절대평가제 도입을 시사했다.
교육부는 내부 검토 끝에 현 중3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시험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등급·표준점수·백분위로 각각 산출되지만,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등급만 제공된다.
하지만 등급 분할방식 등 구체적 방안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현재 △고정분할방식에 의한 ‘9등급제’와 △준거설정 방식에 따른 ‘4~5등급제’ 등 두 가지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 9등급제 vs 4~5등급제 선택은?
고정분할방식에 의한 9등급제는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필수과목이 되는 한국사와 같이 고정된 점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9개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91~100점까지는 1등급, 81~90점까지는 2등급이 되는 식이다. 등급을 나누는 점수가 항상 고정돼 있기 때문에 평가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준거설정방식에 따른 ‘4~5등급제’는 등급을 나누는 기준점수가 해마다 바뀔 수 있다. 시험이 끝난 뒤 응시자들의 점수분포를 보고 학생들의 실력 차이를 나타내는 유의미한 점수를 찾아 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험이 쉬울 때는 1등급 구분점수가 95점 이상도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어려운 경우에는 85점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
김도완 과장은 “점수 1~2점 차이로 학생들의 실력 차이를 판단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느냐란 지적이 있다”며 “그런 면에서 준거설정 방식이 학생 성취수준에 따라 유의미하게 등급을 구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우려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게 학생들의 영어 실력 저하와 변별력 상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다. 한 문제 차이로 등수와 등급이 갈리는 상대평가보다는 아무래도 영어 공부를 덜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서다. 또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영어는 변별력이 사라지고 국어·수학·탐구 등 수능의 다른 영역에서 당락이 갈리게 된다. 영어 사교육비는 완화될지 몰라도 다른 영역으로 사교육 부담이 전이될 수 있는 것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2015학년도 수능을 기준으로 보면 영어 1등급이 전체 응시자(58만638명)의 상위 15%인 약 8만7000명 가량 될 정도로 영어에서 변별력이 거의 없어진다”며 “서울 소재 주요 10개 대학의 모집 정원이 약 3만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중상위권 대학은 영어 1등급을 받아야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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