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진형기자] 자산운용사들이 성장주 펀드를 대표 펀드격으로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내년에는 성장주 펀드로 펀드 투자자를 끌어 모은다는 전략이다. 운용사들은 올해 가치주와 배당주를 중심으로 주식형 펀드를 꾸려왔지만 새해에는 성장주가 주식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다만 내년에는 올해와 달리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국면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운용사들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식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혼합형 펀드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성장주 펀드' 경쟁적으로 내놓아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부자아빠 성장A 펀드' 주식형과 주식혼합, 채권혼합 3종을 내놓았다. 이 펀드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반면 이익증가폭이 큰 성장주를 발굴해 집중투자하게 된다.
지난해와 올초까지만 해도 가치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내년에는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본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통상적으로 기업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가치주가 시장을 주도하지만 경기회복 단계에서는 성장주가 주목된다.
임태일 한국증권 상품기획부 부장은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매출과 이익성장률이 강한 성장주들이 내년에는 각광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 가치주 펀드로 명성을 떨쳤던 거꾸로펀드의 수익률 신화를 성장주 펀드가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리자산운용도 이에 앞서 지난달 17일 성장주 펀드인 '우리코리아블루오션주식펀드'를 대표 펀드로 출시했다. 출시 한달여가 지난 이 펀드로 현재 26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김병석 우리자산운용 상품개발팀장은 "블루오션펀드는 성장주를 엄선해 투자하는 펀드지만 향후 블루오션으로 갈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성장주보다 한발 앞서 있는 펀드"라고 소개했다.
랜드마크자산운용도 이달 초에 이미 성장주 펀드인 '랜드마크코아주식투자신탁'를 내놓았다. 진영호 랜드마크자산운용 마케팅팀 차장은 "지금까지는 가치주 펀드가 좋았지만 앞으로는 성장주 펀드로 갈 것"이라면서 "현재 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성장주 펀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선도적으로 성장주 펀드를 내놓은 미래에셋은 기존 펀드로 내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디펜던스주식펀드와 디스커버리주식펀드가 있다.
권순학 미래에셋투신운용 마케팅팀 이사는 "내년에도 미래에셋은 기존 펀드를 위주로 끌고 갈 것"이라며 "자산운용에서는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를, 투신운용에서는 솔로몬주식펀드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엔 시장 리스크 감안한 '혼합형 펀드'도 준비
삼성투신운용은 내년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김진형 삼성투신 상품전략팀 차장은 "다른 운용사와 비슷하게 성장주 위주로 생각하고 있지만 현재는 내년 시장 리뷰와 판매사 마켓서베이를 할 단계"라면서 "올해 배당주에 치중했던 포트폴리오를 내년에는 다양하게 가져가는 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투자신탁운용은 지난 8월 모자펀드인 '파워매트릭스주식펀드'를 내놓은 데 이어 내년에는 주식형 펀드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장필균 대투운용 상품개발팀장은 "주식형 펀드 비중을 늘리는 것 이외에도 해외펀드를 조금 더 해볼 계획"이라며 "채권형 펀드의 회복 신호가 어떻게 오느냐에 따라 내년 전략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배당주 펀드로 짭짤한 수확을 거둔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도 내년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성장주 펀드 중심의 운용사들과는 다른 전략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된다.
조재민 마이다스에셋 사장은 "기존 블루칩배당펀드는 그대로 유지하고 성장주와는 다른 두 가지 펀드를 준비 중에 있다"면서 "하나는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이고, 다른 하나는 혼합형 펀드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는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내년 시장은 올해와 같이 일방적으로 좋게만 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내년에도 근본적인 상승장은 이어지지만 상승과 하락이 교차하는 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 펀드를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혼합형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전일 성장주 펀드를 내놓은 한국운용도 주식형과 함께 주식혼합형과 채권혼합형 펀드를 동시에 내놓고 판매에 들어갔다.
진영호 랜드마크자산운용 차장은 "내년에는 주식형보다는 혼합형 펀드가 부각될 것으로 본다"면서 "올해는 너무 비정상적으로 시장이 상승했지만 내년에는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를 감안한 혼합형 펀드를 제안해주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