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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부탁해 vs 국민통합을 부탁해[정치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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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5.10.13 05:15: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李 대통령 예능 출연 놓고 “국가 재난 상황에 적절했나”
정치권·국민 비판 목소리
대통령 임기초 국정운영, ‘국민통합’에 더 힘써야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이재명 대통령의 예능 방송 출연이 정치권을 뒤덮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추석 특집으로 진행된 JT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다. 그런데 이 출연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여야 간 이판사판의 끝장 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날 방송은 이 대통령 부부의 취임 후 첫 예능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는 K푸드를 홍보하기 위해 예능 출연을 결심했다며 냉장고를 공개하는 대신 한우, 시래기, 더덕, 무 등 우리 제철 식재료를 소개했다. 웹툰 작가 김풍이 시래기를 활용해 만든 요리 ‘이재명 피자’를 맛본 뒤엔 “요리는 장난스럽게 했는데 맛은 장난이 아니다”라며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손종원 셰프가 만든 전통 주전부리 4종 ‘아자아잣’ 중 잣을 이용해 만든 타락죽을 먹고 “먹어본 중 제일 맛있다”며 극찬했다. 내용은 대통령이 국민과 한결 더 가까워지고 K푸드를 전 세계적으로 홍보한다는 의미였지만 방영 전부터 논란이 뜨거웠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예능 출연에 대한 국민 정서는 어떨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지난 10월 3일부터 9일까지 ‘대통령 예능’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봤다. 대통령 예능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논란’, ‘허위사실’, ‘의혹’, ‘비판’, ‘의문’, ‘잃어버리다’, ‘비판하다’, ‘부정하다’, ‘명예훼손’, ‘화제’, ‘외면하다’, ‘문제 삼다’, ‘심각’, ‘체포’, ‘전산망마비’, ‘애정’, ‘공감’, ‘창의적’, ‘웃음’, ‘뭇매 맞다’, ‘부적절하다’, ‘비난받다’, ‘모자라다’, ‘큰 피해’, ‘적절하다’, ‘문제없다’, ‘깊이있다’, ‘웃다’, ‘식재료 살리다’, ‘공분사다’ 등으로 나왔다. 결과를 보면 내용에 대한 평가보다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가 주를 이룬다. 적어도 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그랬다.

대통령의 예능 출연이 비판받는 결정적 이유는 ‘출연 시점’과 ‘어정쩡한 브리핑’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9월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민이 불편을 겪었고 국가전산망 장애 담당 팀을 총괄하던 행정안전부 공무원이 지난 3일 사망한 상황에서 대통령 부부의 예능 출연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녹화 시점은 화재 발생 며칠 뒤로 알려졌다. 게다가 대통령의 출연 영상에 비판 댓글이 많이 달리자 작성자의 뜻과 상관없이 삭제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치인은 대중의 인기와 표를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한다. 국내만 하더라도 역대 대통령 후보들은 선거를 앞두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혈안이 된 적이 많았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일약 대선 후보급 정치인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에 대한 동경을 ‘대중적 환상’(Public Fantasy·지배 이데올로기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특정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인기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환상 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최고의 인기 개그맨이었던 이경규가 진행하는 예능에 출연해 크게 효과를 보기도 했다. 딱딱한 이미지의 정치인이 대중적 호감을 얻는 데는 예능 출연만 한 게 없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도 모두 예능에 출연했었고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도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나란히 예능 프로그램에 경쟁적으로 출연했다. 큰 선거를 앞두고 대중과 소통하고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이 대통령의 예능 출연을 두고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의 예능 출연과 관련한 댓글을 보면 긍정적인 반응도 일부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비판에 날이 서 있다. ‘예능을 찍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국가재난 상황에 공무원 순직 등의 사건 사고가 연속해서 발생하는 이 상황에 대통령이 예능 찍고 웃고 떠들 때가 아니지 않느냐’는 댓글 외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게 한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의 태도인가. 우리 집 불타고 있는데 집안 가장이 놀러 가면 이해하겠나’라는 비판 글도 달렸다. 또 하나의 지적은 대통령의 예능 녹화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은 대통령실의 브리핑이었다. 여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악재라면 악재다.

어후반고(馭朽攀枯)라는 말이 있다. 썩은 고삐로 말을 몰고 마른 가지에 매달리듯 한다는 뜻으로 매사에 두려운 마음을 갖고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적어도 임기 초기의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국민통합’을 집중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예능 출연은 심사숙고(深思熟考)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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