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서 지난주 벌어진 한국 공장 근로자 대규모 체포 사태가 한미 양국 당국 간 석방 교섭 타결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다행이다. 미국 측은 불법 체류 혐의로 구금된 300여 명의 한국인을 즉시 출국 조건으로 석방하기로 했고, 정부는 금명간 전세기로 이들을 국내로 데려올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일어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은 갑작스러운 인력 공백으로 상당기간 공사 지연과 생산 차질 등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진행 중인 수십 개 유사 공사 현장과 이미 진출해 활동 중인 수많은 한국 기업들도 비슷한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밀어붙이는 관세전쟁의 파도를 넘기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최근 한 달 사이에 총 5000억달러(약 700조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직후에 벌어졌다. 때문에 “퍼줄 것 다 퍼주고 뺨 맞은 격”이라거나 “동맹끼리 이럴 수 있느냐”는 울분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배경엔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불합리한 비자 체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감정적 대응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비자 문제 해결 등 근본 대책을 차분하게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비이민 단기 상용비자(B-1)나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를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취업하려면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받아야 하지만 이 비자는 발급량이 전 세계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어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근로자들이 B-1이나 ESTA를 가지고 장기 취업해 온 관행을 이번에 미국이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경제계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의 해결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2000년대 중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 때 전문직 비자(E-4) 신설을 미국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후 지금까지 거의 20년간 사실상 손을 놓다시피 했다. 정부는 미국과 현재 진행 중인 관세협상 후속 협의에서 이를 속히 정식 의제화해야 한다. 아울러 양국 간 협력을 저해하는 미국의 대한국 비자 체계가 현실에 맞게 개편되도록 미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