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은 7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친오빠와 여동생 등 그의 가족들과 매니저가 마지막까지 그의 곁에서 임종을 지켰다.
지난 5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후 5시 48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가족이 그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가 도착했을 땐 이미 심정지로 쓰러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에 이송된 고인은 뇌내출혈(ICH)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틀 내내 의식을 찾지 못한 고인은 당시 수술조차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위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66년에 출생한 고인은 1969년부터 아역 배우로 일찍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드라마 ‘고교생 일기’,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등 작품을 통해 하이틴 스타로 부상해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1987년 영화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년)로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국제적 명성을 떨쳤다. 고인의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은 국제영화제에서 우리나라가 받은 배우 최초의 상이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고인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으로도 활약, 영화계의 부흥 및 발전에 많은 힘을 쏟았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강수연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경마장 가는 길’(1991), ‘그대 안의 블루’(1992), ‘장미의 나날’(1994),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 그의 대표작들도 이 때 대거 개봉됐다. 2001년에는 드라마 ‘여인천하’의 주인공 정난정 역할로 안방극장에 복귀해 연기 경력 최초로 SBS 연기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여인천하’는 2001년 초부터 2002년 중반까지 무려 1년 반 이상 방영된 SBS의 대표 대하사극이다. 기획 및 방영 초기에는 50부작으로 편성됐으나 전국민적 인기에 힘입어 150부작으로 종영했다. ‘여인천하’는 당시 최고 시청률 35.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초대 집행위원장이자 이사장으로 활동한 김동호 현 강릉영화제 이사장과 특히 각별한 인연을 자랑해 눈길을 끈다. 이에 2013년 김동호 이사장이 연출한 영화 ‘주리’(2013)에 안성기, 정인기 등과 함께 출연해 의리를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고인은 ‘주리’ 이후 약 9년 만에 넷플릭스 영화 ‘정이’(감독 연상호)의 촬영을 마치고 복귀를 앞둔 상태였다. ‘정이’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전설의 용병 정이의 뇌복제 로봇을 성공시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고인은 극 중 뇌복제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서현 역을 맡아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정이’가 그의 유작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