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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구로동 본사에서 만난 이상규(52) 네오랩컨버전스 대표는 “과거 스타일러스 펜(컴퓨터 및 전자기기 작동시 쓰이는 전자펜)을 활용할 수 있는 IT기기들을 사용해왔는데 종이에서처럼 자연스럽고 세밀하게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광학기술을 통해 아날로그 펜의 자연스러움과 디지털의 장점을 결합하면 새로운 형태의 펜의 모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네오랩컨버전스는 1997년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블루홀 대표) 등과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했던 이 대표가 2009년 설립한 회사다. 이 대표는 네오위즈를 나와 광학식 스마트펜을 중심으로 한 창업에 도전했다. 창업에 앞서 2007년부터 연구개발(R&D)를 시작해 2013년 스마트펜 시제품을 내놨다.
네오랩컨버전스 스마트펜의 핵심 기술은 ‘엔코드(Ncode)’다. 이 기술은 가로, 세로 각각 2mm 크기 작은 점을 이용, 소리와 영상 등 각종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스마트펜의 광학식 센서가 엔코드가 인쇄된 종이의 필기 궤적 정보를 인식해 디지털로 전환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펜을 사용할 시 필압까지 측정해 데이터로 변환할 수 있다. 사용자가 급하게 쓴 필기체 형식의 손글씨도 거의 그대로 디지털로 바꿔준다.
이 대표는 “엔코드를 일반 종이 외에도 투명한 필름이나 다른 소재에도 적용 가능한데 이럴 경우 스마트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며 “엔코드가 적용된 A4 규격의 종이 한 장이면 90kb 규모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90kb라는 용량은 원고지 기준으로 봤을 때 250장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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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펜 개발은 이 대표의 뚝심있는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스마트펜 내부에 들어가는 광학 카메라 속 CMOS센서칩부터 AP칩까지 핵심 부품들을 자체 개발했다. 칩을 제조하는 업체 관계자들이 “돈이 많이 드니 그만두라”고 만류했지만 이 대표는 당시 거금이었던 8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는 “고성능 저전력 칩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 우리 회사 도약의 발판이 됐다”며 “이후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 전자펜이 들어가니 다시 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우리에게도 도움을 줬다”고 회상했다.
2013년 시제품 이후 2014년 네오랩컨버전스의 첫 상용제품 스마트펜 ‘N2’가 세상에 나왔다. 10만원대 가격으로 책정된 N2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다. 제품 론칭 당시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35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목표 대비 18배나 넘어선 규모였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IT 및 펜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조금씩 수요가 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매출액도 2015년 108억원에서 지난해 25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대표는 “첫 제품 출시 이후 시장에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 것이 1년 정도 됐다. 지난해 매출이 급성장한 것도 이런 측면이 크다”며 “제품이 시장에 안착한 만큼 앞으로는 연평균 40%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오랩컨버전스의 올해 매출 목표치는 420억원 수준이다. 내년에는 올해 보다 50% 성장할 것으로 이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스마트폰 제조사에 납품하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키움과 동시에 신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현재 네오랩컨버전스는 글로벌 6000억원 시장으로 전망되고 있는 광학식 스마트펜 시장에서 스웨덴 아노토그룹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스마트펜을 활용한 온라인 강의 영상 서비스 ‘페이퍼튜브’를 론칭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설 계획이다. 이 대표는 “1인 방송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각종 장비와 편집 프로그램이 있어야 방송이 가능하다. 우리는 스마트펜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별도 장비가 필요없는 강의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인터넷 강의 교사들부터 일반 1인 방송을 하고자 하는 소비자들까지 스마트펜 활용 범위를 확대해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