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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6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바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총에서 “10억달러짜리 펀드가 끔찍한 실적을 내더라도 투자자들은 2000만달러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면서 “(투자가 아닌)다른 분야라면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헤지펀드 매니저가 챙겨가는 높은 수수료에 대해 다시 한 번 비판한 것이다.
버핏 회장은 청중들과 함께 자리한 뱅가드그룹의 창립자 잭 보글을 무대 위로 불러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인덱스펀드를 개발,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수수료를 아낄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2%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익의 20%를 챙기는 헤지펀드의 ‘2%-20% 보상’에 대해 재차 지적했다.
그는 “나는 투자자들이 스스로 얻을 수 있는 이상의 무언가를 해줄 수 없다면 어떤 돈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높은 수수료를 챙기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지난 40년 동안 얼마나 많은 헤지펀드 매니저가 ‘당신을 위해 수익을 냈을 때 돈을 받겠다’고 했는가”고 반문했다. 이어 “3조달러에 달하는 헤지펀드 산업은 사람들에게 마술같은 뭔가를 해줄 수 있다면서 아이디어를 팔고 있다”며 “일부 매니저들은 평균보다 높은 수익을 내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찰스 멍거 버크셔 부회장도 “오랜 경력의 일부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수익을 낸 뒤 수수료와 이득을 챙긴 다음에 손실을 내는데, 이는 더욱 나쁘다”며 거들었다. 그는 “투자 업계는 현재 잘못된 인센티브와 엄청난 망상이 담긴 미친 보고서의 늪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버핏 회장은 또 10년 전에 약속했던 인덱스펀드와 헤지펀드 간 수익률 내기를 재차 상기시켰다. 그는 당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를 추종하는 낮은 수수료의 인덱스펀드가 고액 수수료를 받는 헤지펀드 프로테지 파트너스보다 수익률이 좋다는데 100만달러를 걸었다. 현재까지는 버핏 회장이 이길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4월까지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약 2%에 그친 반면 S&P500지수는 6.5% 상승했다.
버핏 회장은 앞서 2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펀드매니저들이 저조한 수익률에도 벌금을 물지는 못할 망정 수익의 60%나 되는 수수료만 두둑히 챙겨갔다”면서 “올해 12월 31일엔 확실하게 내기에서 이기게 될 것이며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버핏 회장의 이같은 철학은 버크셔의 투자를 맡고 있는 테드 웨쉴러와 토드 콤 매니저에게 지급하는 연봉과 보너스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두 매니저들에게 연봉 100만달러 외에 S&P500 지수보다 더 많은 수익을 냈을 때 해당 금액에 비례해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