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연 1.5%→1.25%)로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 됐다.
지난 9일 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주택 매입을 망설이던 수요자들의 문의가 늘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며 호가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 갈 곳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재건축 단지 등 주택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봄 성수기 이후 후끈 달아오른 분양시장에도 기준금리 인하가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을 기대하고 몰려드는 투자 수요에 불을 댕긴 모양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매매가격이 주택시장 활황기였던 2006~2007년 당시 고점을 속속 넘어서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전용면적 76㎡형은 얼마 전 13억 7000만원에 거래돼 과거 최고가였던 13억 6000만원을 넘어섰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도 전용 85㎡형의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16억원으로 뛰어올라 2010년 당시 고점 수준까지 올라섰다.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 36㎡형도 기준금리 인하 이후 호가가 사흘 새 3000만원 가량 올라 8억 5000만원 선에 달하고 있다.
아파트값이 다락같이 오르고 있지만 매수 문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잠실동 잠실박사공인 관계자는 “잠실 주공5단지의 매매가가 과거 고점을 넘어선 수준이라 매수자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 있는데도 금리 인하 발표 이후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입 문의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재건축 열기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기존 단지의 용적률이 낮고 제3종 일반주거지여서 재건축 수익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평가받는 신시가지 7단지 전용 89㎡형은 최근 매매가가 8억원을 웃돌며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도 과천지역도 지난달 과천주공 7-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과천 센트럴스위트’아파트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분양에 성공한 이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불과 한 달전 7억 중반대에 매매됐던 과천 주공7단지 전용 47㎡형은 현재 호가가 8억원을 넘어섰다.
분양시장도 뜨겁다. 최근 서울 재건축 단지와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청약경쟁률 신기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 추가 인하 이후 분양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 단행 직후인 지난 10일 문을 연 서울 동작구 상도동과 경기도 화성시 능동, 시흥시 은계지구 등 4개 단지 모델하우스에는 주말 사흘간 7만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몰렸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융 자산이 많은 고소득층이 수익형 부동산에 이어 재건축 단지와 신규 분양 아파트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투자 수요는 앞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이들 시장을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