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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금융의 길)②슈퍼마켓식은 안된다

백종훈 기자I 2007.08.22 09:20:00

인사-교육제도 전문성 강화..순환인사 없애
"고위임원급 전문경영인 채용은 장기과제로"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농산물 판매와 금융을 함께하는 공익적 슈퍼마켓 뱅크`

농협중앙회가 최근 안내책자를 통해 밝힌 농협 금융(신용)사업의 특징이다.

농협 금융은 `복합성`이 두드러진다. 슈퍼마켓 뱅크라는 단어 자체가 `금융도 하고 유통도 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소위 `전문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또 있다. 유통부문에서 금융부문으로, 또 거꾸로 가기도 하는 `순환인사`다. 너무 자주, 다른 분야를 돌려 맡는 것이 직원들의 전문성 축적을 방해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탓일까. 농협 금융인력의 전문성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농협중앙회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인사운용에 있어 전문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우선 농협중앙회는 작년부터 금융(신용)사업과 경제(유통)사업 인력을 따로 채용하고 있다. 중앙회 외에 자회사 인원도 모두 별도 채용한다.

농협 인사팀 관계자는 "기존에는 쌀 등 농산물 판매를 담당하다가 은행 창구직으로 옮기는 순환인사를 곧잘 하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적성과 능력을 별도 평가해 개별채용하고, 사업부간 전보도 피치못할 사정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제도 역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중이다.

농협은 내년 상반기중 승진자들의 금융전문성을 키워주는 `단체 금융교육과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농협 인사팀 관계자는 "예전엔 은행지점에 오면 선배가 그때그때 지도하며 배우는 방식이 많았다"며 "이젠 미리 교육을 받고 전문성을 살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신과 수신, 카드, 보험 등을 아우르는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관련 금융상품지식을 습득한뒤 일선에 배치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또 농협대와 서울대, 서강대 등에 고급 금융교육과정 수강인원을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대엔 매년 100여명씩, 기타 대학엔 매년 10~20명씩 직원을 파견해 6개월짜리 심화교육을 실시중이다.
 
한편 고위급에 전문경영인을 등용하는 `파격인사`는 아직까지 장기과제로 미뤄진 상태다.

농협 컨설팅을 맡았던 이재연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규모나 시기로 볼 때 농협의 금융사업도 전문성 승부를 해야할 때가 왔다"며 "기존의 인사·교육체제로는 금융전문성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등기 임원과 집행간부는 농협의 구석구석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경영인제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의 정규직 직원수는 1만5000여명에 달한다. 이중 금융(신용)사업 종사자 비율은 70%, 경제(유통)사업과 교육지원사업 종사자 비율은 3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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