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시대)`민주-車-축산`이 美 3대 걸림돌

김윤경 기자I 2007.04.03 09:17:13

민주당 반발..車·축산업 지역 의원 목소리 높여
車 업계는 우려 `심각`..정치권+업계 공조 분위기
대기업 모임은 `환영`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2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미국 주요 언론들을 대체로 이를 `기념비적 타결`이라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해 보도하고 있지만, 예상대로 자동차 업계 등 재계 반발은 만만치 않다.

특히 이들은 보호주의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의회를 뒤에 업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의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하는 한미 FTA 완결이 결코 쉽지는 않아 보인다.

◇민주당 거센 반발.."자동차·축산업 기반 잃을 것"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미 FTA 타결 이후 무역촉진권한(TPA)법 규정에 따라 의회에 이를 즉각 서면 통보했다.

부시 대통령은 "FTA가 미국의 농업인과 목축업자, 제조 및 서비스업자들에게 수출 기회를 확대하고 미국의 경제 성장을 촉진하며, 더 좋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도울 것"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게 됐다"며 의의를 설명했다.

또 "이번 협정으로 한미간 파트너십이 더욱 증진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공`을 넘겨받은 의회 반응은 반대 쪽에 가깝다. 의회는 이제 90일동안 체결안을 검토한 뒤 찬반 투표를 통해 승인하게 된다.

특히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의원들이 즉각 반발했다. 축산업과 자동차 산업이 기반을 잃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자동차 기업들의 주 무대인 미시간주의 데비 스타베노우 상원 의원은 "FTA 타결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타결 이전에도 "급하게 체결한 한미 FTA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심화시키고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강경파.
 
목장지대로 유명한 몬타나주 출신의 맥스 보커스 민주당 상원의원도 성명서를 내고 "미국 FTA 협상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보장하는 데 실패했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 FTA 비준 동의에 반대할 것이며, 한국이 완전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무역 장벽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한 상원을 절대 통과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타결된 협상안은 현행 40%인 쇠고기 관세율을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상원 금융위원회의 공화당 소속 찰스 그래슬리 의원은 "콩 시장이 개방됐지만, 쌀과 쇠고기에서 받는 보상은 별로 없다"며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고 언급했다. 
 
◇업계 엇갈린 반응..車업계는 반대 강경
 
이번 협상 타결로 기득권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하는 자동차 업계와 축산 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포드는 한국이 자동차 수입 장벽을 충분히 낮추지 않았다면서 의회에 FTA 비준 동의를 하지 말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이익단체인 ATPC(Automotive Trade Policy Council)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타결로 3000cc급 이하 승용차에 대해선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3000cc 초과 승용차는 3년 내에 관세가 철폐되며 픽업트럭 관세는 10년 이내에 철폐된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관세(8%)도 즉시 철폐되며, 현행 5단계로 구분된 자동차 세제를 3단계로 줄이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에서 과연 빠르게 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 지 걱정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국내 자동차를 사는 것이 `애국심`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미국 최대 농업 관련 단체인 농업조합연맹(AFBF)도 현재까지는 협상 결과에 대한 지지를 보류하고 있다. 미국이 협상 대상에서 쌀을 제외해 달라는 한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도 불만이란 입장이다.

빌 로드 씨티그룹 부회장도 "FTA가 생각보다 완화된 수준에서 타결돼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글로벌 기업들을 대표해 무역 촉진을 주장하는 모임인 `미국 국제기업협의회`(USCIB)는 한미 FTA 타결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피터 로빈슨 USCIB 회장은 "(한미 FTA)는 미국이 달성한 가장 중요한 자유무역협정 가운데 하나"라며 "세계 10대 무역대국과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기업과 노동자, 소비자, 농민들이 큰 경제적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존 카스텔라니 대표도 "한국과의 FTA로 수출 및 투자를 가로막는 무역 장벽이 제거돼 한국에서 미국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이며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시아에서도 미국의 경쟁력을 보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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