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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려면 인식, 관행, 제도가 다 같이 바뀌어야 한다”며 “그런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가 몸담았던 기업은행도 금융사고를 피해 가지 못했다. 특히 윤 전 행장은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유인 구조’가 중요하다고 했다. 지향하는 목표가 있다면 그에 맞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윤 전 행장은 “은행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청탁 등)이 은행 안에서도 반복된다”며 “그런 점에서 조직 문화 역시 더 수평적이고 개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핵심 성과 지표(KPI) 같은 유인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이라며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가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유인 부합적’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와 관련해선 “그 자체가 나쁘진 않다”며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올해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금융사고 예방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한다. 그는 “책무구조도를 사고가 생겼을 때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 운영하면 오히려 (책임을 뒤집어쓸까 봐) 의사 결정이 지연되거나 금융 혁신이 위축될 것이다”며 “취지에 맞게 운영하려면 감독 당국이 책무구조도를 처벌이 아닌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한 기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등을 막기 위해 업무용(내부망)과 인터넷용(외부망)으로 분리하는 망분리 정책에 대해선 그는 “무조건 가져갈 게 아니라 목적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행장은 “개인정보나 민감 정보를 암호화를 통해 기술적으로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면 망분리 방식도 더 유연하게 운영할 여지가 있다”며 “실제로 천정희 서울대 교수가 연구 중인 동형암호 기술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영역이다. 이런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해치지 않으면서 디지털 혁신을 가속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