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택 회장 "공적자금 조기상환 이득 커…연 2천억 어민 지원 가능"

임애신 기자I 2022.04.15 08:51:04

[만났습니다①] 수협중앙회장
"2028년 만기 공적자금…올해 상환 목표"
"은행 수익 전액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해야"
어민 지원 0원…상환 후 연3천억 지원 가능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무이자인데 공적자금을 왜 6년씩 서둘러 상환하려고 하냐고요? 그로 인해 어민들이 얻는 이득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최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수협이 공적자금을 상환하기 전까지는 어업인 지원 목적으로는 단 한 푼도 쓸 수 없다”며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통해 수협은 매년 연간 2000억~3000억원을 어업인을 위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중앙회는 2001년 외환위기로 인해 두 번에 걸쳐 받은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받았다. 중앙회는 수협은행 출범 이후 은행 수익 일부를 배당 받아 전액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하고, 오는 2028년까지 상환을 완료하기로 예금보험공사와 약정했다. 남은 금액은 8183억 수준이다.

그는 “코로나 악재 속에서도 2년 연속 역대 최대 수익을 실현하는 등 조기 상환을 위한 충분한 자금 여력을 갖추고 있다”며 “수협은행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연간 2000억원 이상이고, 내부유보금도 지난해 말 기준 6000억원 수준이며 수산금융채권 발행도 1조원 가량 한도가 남아 있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이 이 기간을 6년이나 단축하려고 하는 것은 어업인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는 “수협이 공적자금을 상환하기 전까지는 어업인 지원 목적으로는 단 한 푼도 쓸 수 없다”며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통해 수협은 매년 연간 2000억~3000억원을 어업인을 위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해양수산부가 올해 잡은 수산 예산(2조8337억원)의 10% 수준이자, 어업인이 직접적으로 수혜를 체감하는 수산직불제 예산(559억원) 대비 4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노량진수산시장이 현대화 사업을 마무리 지으며 옛 시장터를 어떻게 개발할지가 관심이다.

-현대화된 노량진수산시장과 연계해 제2의 코엑스로 개발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발 예정에 있는 구 시장 부지는 4만8233㎡(1만4590평) 축구장 7개 규모로 서울의 중심부이자 한강변에 자리 잡은 곳이다. 수산물 유통 활성화를 통해 어업인을 지원하는 기본 틀 위에 서울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산문화 관광지로 입지를 다져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로 만들려고 한다. 노량진 복합개발사업은 어업인 지원 확대라는 수협의 본연의 역할을 되찾고, 수협 100년을 넘어 지속 가능한 수협을 만들기 위한 미래 수익기반이 될 것이다.

△수협의 이런 노력에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이 이행되면 소비가 급감할 수 있다.

-수협은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일본의 최인접국인 한국은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고, 직접적인 피해가 아니더라도 국민들이 불안을 겪게 된다. 4월 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안전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안전하지 못하다는 결론이 나왔는데도 일본이 해양 방출을 강행하려 한다면 중국 등 인접국과 연대해 국제해양재판소에 일본을 제소하는 등 국제 공조를 통해 해양 방류를 차단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렇게 했는데도 일본이 해양 방출에 나설 경우 수산물 원산지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수산물 안전성 검사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 수산물 소비 감소에 따른 어민 지원 대책과 방사능 검출 시 정부의 전량수매 및 손실보상 등 선제적인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으로 수산업계가 생계에 큰 위협을 느낀다고 한다.

-세계 각 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수 체결됐지만 CPTPP의 관세 철폐율은 최대 99.4%로 알려져 완전 개방에 가깝다. 특히 CPTPP 규범에는 자원 보호를 목적으로 ‘과잉어획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데, 과잉어획상태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11개국과 개별 협상 과정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수산자원은 엄격한 총허용어획량(TAC) 제도 하에 금어기·금지체장·금지구역 등을 정해 관리된다. 과잉어획이 아니므로 어업인에게 지급되는 수산보조금 또한 CPTPP 규범에서 금지하고 있는 보조금이 아님을 명백히 해야 한다. 만약 보조금이 철폐되면 면세유가 과세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어업인들의 출어비 가운데 연료비 비중은 40%에 이르는데, 유류 판매가격 중 절반 정도를 면세받고 있기 때문에 과세로 전환될 경우 출어를 포기하는 어업인들이 늘어 국내 수산업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수출액의 24%가 김에 집중됐다. ‘수출 효자’ 품목 발굴 계획은.

-어묵·오징어·굴은 미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매출이 늘며 중앙회 수출 금액은 2019년 131만6000달러에서 지난해 383만2000달러로 약 2.9배 증가했다. 이를 획기적으로 늘려야겠다는 구상에 따라 작년 11월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 다녀왔다. 현지 바이어·유통 관계자들과 이야기해보면 제품의 포장이나 상품 디자인, 마케팅 등이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것과 거리가 있어서 좋은 맛과 품질이라는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이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해서 수출 시장을 적극 공략하려고 한다.

△탄소중립으로 해상풍력 발전이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어민과의 갈등 해법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해상풍력 추진에 대한 실질적 이해 당사자인 어업인의 참여를 절대적으로 보장해 풍력단지 조성으로 인한 어업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특히 어업활동보호구역이나 물고기 서식장·회유경로, 수산자원보호구역 등에 대해 해상풍력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는 등 객관적이고 공정한 해상풍력 입지가 설정돼야 한다.

△어가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수산공익직불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농가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원 대상 확대를 위해 전문적인 추가 연구와 안정적 예산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현행 4가지 유형의 직불제는 선택형으로 시행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수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어업인의 소득 안정 역할에 한계가 있다. 안전한 수산물 공급 기능에 대응한 포괄적 기본형 직불제를 만들어 어업 종류, 어선 톤수 등을 고려해 소규모 및 영세 어가에 유리한 직불제 도입이 필요해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대형선망사업을 대상으로 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대비책은 어느 정도 마련됐나.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선망업계(상시근로자 50명 이상)가 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작년에 대형선망수협 조합원 19개 선단과 선원 14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과 특강, 안전재해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했다. 2024년부터는 상시근로자 5명 이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선주·양식장·사업장 등 유형별로 위험 요소를 반영한 대응 매뉴얼을 이번 달에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적용 대상 사업장에 대한 권역별 교육과 함께 톤수별로 달리 적용하고 있는 어선의 안전조업 관련 법체계를 어선안전조업법으로 일원화해 일관된 사고 예방 기준이 정립되도록 정부의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1957년생 △동아대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대진수산 대표이사 △부산광역시 서구장학회 상임이사 △수협재단 이사장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위원회 위원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제25대 회장 △대통령직속 농어업ㆍ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위원회 위원 △한국협동조합협의회장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