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퇴출공포]③1.2兆 조달한 中기업…놓치긴 아까운데

박형수 기자I 2017.09.21 06:06:00

고섬 사태 이후 증권업계 촘촘한 검증 시스템 갖춰
감독당국 증권사 손해 배상 책임범위 확대
中 기업 상장 적극 유치할 때…편견 따른 손해 더 커



[이데일리 박형수 고준혁 기자] “중국 기업만 퇴출당하는 것도 아닌 데 유독 중국 기업이 상장폐지를 당하게 되면 이슈가 커진다. 중국도 이제 경제대국 위상에 맞는 감독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손해만 볼 수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중국원양자원에 대한 정리 매매를 진행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의 국내 증시 상장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증권사 직원들 사이에서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성장하려면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데 중국원양자원 퇴출로 중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확산할 우려가 커진 탓이다.

◇고섬 사태 이후 깐깐해진 검증 시스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8월 중국기업 3노드디지탈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이후로 23개 중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공모 자금만 1조2000억원이 넘는다. 공모시장에서 중국 기업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는 투자자보다 손해봤다는 투자 사례가 많다. 특히 회계 시스템이 투명하지 않은 탓에 갑자기 거래 정지되면서 투자금을 날린 투자자가 적지 않다.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국내 증시 전반에 퍼진 이유다. 지난 2011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는 불과 2년 만에 퇴출 당했다. 1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당시 대표주관사를 대우증권은 과징금 20억원 부과조치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고섬의 부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투자자로부터 각종 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고섬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회계법인과 공조해 상장 이후 나올 수 있는 악재를 철저히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고 상장 예비기업 고객사를 점검하기도 한다. 중국 기업 상장 노하우가 쌓이면서 중국 당국에 내는 세금 정보 정도는 손쉽게 확인한다. 상장을 준비 중인 중국 기업에 내부 관리 시스템 정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컬러레이홀딩스는 지난해 7월 한국 가율회계법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컨설팅받았다. 컬러레이는 내부회계관리 테스트 내부감사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부실기업 상장을 막기 위한 제도를 마련했다. 금융위원회는 부실회사를 상장시켜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 경우 대표주관사뿐 아니라 모든 인수인(증권사)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확대해 신규상장 기업에 대한 증권사의 사전 조사가 과거보다 철저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기업 기업공개(IPO) 업무를 담당 중인 한 증권사 직원은 “불신이 큰 상황에서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정부가 규제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타이트하게 점검한다”고 말했다.

◇中기업 상장수요 큰데…韓에선 공포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중국 기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휴대폰 부품업체 코웰이홀딩스는 지난 2011년 국내 증시에서 자진 철수했다. 지난 2015년 홍콩 증시에 상장했고 시가총액은 국내 증시에 상장했을 때보다 4배 가량 커졌다. 중국식품포장도 지난 2013년 국내 증시를 떠난 뒤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뒤로 매출은 2~3배 증가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 탓에 좋은 기업은 떠나고 남은 기업 가운데 일부가 퇴출당하면서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로 상황이 악화됐다. 해외기업 유치 업무 담당자들은 중국 기업이 투자자 신뢰를 잃은 것보다 투자자가 무관심해서 중국 기업이 국내 증시를 떠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큰 손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나스닥시장만 보더라도 중국 기업이 상장하지 않으면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중국 기업 유치 중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5년 후면 중국 자본시장도 완전한 형태를 갖출 것”이라며 “그때는 중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면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공모가가 낮아도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중국 기업에 대한 편견이 심한 탓에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담당자들은 안타까워 했다. 한 IPO 담당자는 “카카오와 셀트리온의 이전 상장 문제로 코스닥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중국을 비롯해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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