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극단주의 무장세력 IS(이슬람국가)의 런던 테러 가능성이 있으니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주세요.”
지난주 영국 런던에 갔을 때다. 런던은 지난 2005년 7월 수 십명의 사망자를 낸 지하철 테러를 겪었다. 높은 파급력과 충격을 노리는 테러 특성상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 영국은 언제나 테러의 잠재적 타깃이다. 런던에 도착한 날부터 한국 외교부로부터 테러 예방과 대응지침 문자가 날마다 날라온 것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대목이다.
그런데 외교부의 경고, 그리고 더욱 까다롭게 느껴졌던 런던 입국심사 인터뷰를 제외하면 런던에서 지내는 동안 테러 위협의 무거운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영국 여왕이 머무르는 버킹엄궁전 앞에는 예전보다 더 많은 경찰인력이 배치돼 있지 않았으며 구름떼처럼 모여든 관광객들을 위한 근위병 교대식 등 무료 쇼는 여전히 이어졌다. 대형 시계 ‘빅벤’으로 유명한 영국 국회의사당, 총리 관저 등 영국 정부기관이 모여있는 화이트홀, 영국중앙은행이 있는 뱅크 지역 등 영국의 정치·경제·금융 중심지 역시 외부와 벽을 더욱 높이 쌓는데 혈안이 돼 있지 않았다.
런던에 머무르면서 테러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테러의 파괴력을 빨리 극복하고 안보는 더욱 튼튼히 하되 동요하지 않고 일상을 이어가는 일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 시내를 불태웠던 독일 공습에 국민을 다독이기 위해 영국 정부가 만든 유명한 표어 ‘Keep Calm, Carry on’(평정심으로 하던 일을 계속하라)은 테러 공포에 시달리는 오늘날에도 런던 곳곳에서 나부끼며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테러 위협속 런던의 모습은 북한 위협에 시달리는 한국 모습과 미묘하게 오버랩된다. 하지만 잠재적 위협 속에서도 일상을 무리없이 이어가는 것을 보면 우리도 제법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때때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경계 태세는 탄탄하게 갖추는 것이 자유와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필수조건임을 잊지 말자. 진땀 흘리게 만들었던 런던의 관문 히스로공항의 ‘악명 높은’ 입국심사 인터뷰는 돌이켜보면 위험인물을 사전에 미리 걸러낸다는 측면에서 나름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