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키워드]꿈틀대는 위험자산 선호

이정훈 기자I 2016.02.02 07:55:39

美하이일드 스프레드 오름세 꺾여…유가하락에 `선방`
레버리지론-하이일드채권 발행도 서서히 살아나

미국 하이일드본드(‘CCC’등급 이하) 스프레드와 WTI 유가(축 반전) 간의 갭이 점차 벌어지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데이터 재인용, 단위:%포인트, 배럴당 달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중국 인민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의 합동 부양작전으로 시장 분위기는 다소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글로벌 주가지수가 크게 반등하곤 있지 못하다. 그 만큼 투자심리를 억눌러 온 악재의 무게가 엄청나다는 방증일 수 있다. 간밤에도 중국 경제지표 부진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에 대한 실망감에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뉴욕증시는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각국 중앙은행의 행보가 무위로 돌아갔다고도 말하긴 어렵다. 극도로 위축됐던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는 건 이런저런 지표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내에서 주식보다 더 높은 위험과 수익을 동시에 안겨다주는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불리는 하이일드채권(고위험 고수익 채권)과 투자적격등급 채권 금리간 차이(=스프레드)가 조금씩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 유가 급락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까지 내몰린 에너지 기업들이 늘어나다보니 미국내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유가 하락세와 맞물려 가파른 오름세를 보여왔다. 1월 마지막 거래일에 다소 뛰긴 했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이 스프레드는 하향 안정화되고 있고 특히 유가 하락폭에 비해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메릴린치가 산정하는 신용등급 `CCC` 이하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지난달 20일 18.46%포인트를 정점으로 오름세가 꺾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주로 활용되는 고위험 고수익 채권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 하이일드채권은 물론이고 투자적격등급 이하인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나 부채 상환, 설비투자 등을 위해 은행이나 뮤추얼펀드로부터 조달하는 대출채권인 레버리지론 발행도 늘고 있다. 지난주 미국내 레버리지론과 하이일드채권 발행규모가 328억달러에 이르러 올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작년말부터 발행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이들 두 채권은 지난달 8일과 15일, 22일에 100억달러 이하로 발행이 서서히 이뤄지다 29일에는 단번에 160억달러 이상 발행규모가 급증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이끌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도 한동안 유가 하락을 대세로 인정하며 신재생 에너지 투자를 늘리다가 지난주 1억9800만달러(약 2380억원)을 들여 글로벌 석유화학업체 필립스66 주식을 추가로 254만주를 인수했다. 가격 바닥을 확인한 뒤 중장기로 가치 투자에 나서는 버핏의 감(感)을 전적으로 믿긴 어렵겠지만, 돈 냄새를 맡은 `스마트 머니`(Smart Money)가 시장 안팎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건 사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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