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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카르텔(담합) 사건만큼은 이러한 속도전의 예외가 돼야 한다. 담합은 애초에 들키지 않도록 설계된 위법행위다. 가격 합의를 보여주는 문서를 찾는 건 쉽지 않다. 대신 회의 정황이나 가격 움직임, 내부 이메일, 자진신고(리니언시) 진술 등을 종합해 위법성을 가려내야 한다. 경제분석까지 동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조사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절차 역시 단순하지 않다. 공정위 사건은 조사를 마친 뒤 심사보고서를 피심인에게 송달하면서 본격적인 심의가 시작된다. 기업은 자료 열람이나 의견서 제출·진술 등을 통해 방어권을 행사한다. 통상 두 차례 이상 서면 의견이 오가고 추가 자료 제출도 이어진다. 이후 전원회의 또는 소회의 심의를 거쳐 위법 여부와 과징금 부과 여부, 금액이 결정된다.
문제는 속도 압박이 강해질수록 이런 절차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충분한 의견 제출 기회를 보장하지 않거나 증거 검토가 미흡한 상태에서 결론을 내리면 방어권 침해 논란은 물론 공정위 조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조사 과정에서 따져야 할 사안이 많고 기업 방어권 보장과 과징금 산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기업을 동시에 조사해야 하는 담합 사건은 더 많은 시간과 행정력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담합 사건 처리 기간 단축을 성과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설탕 가격을 담합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 사건을 평균보다 빠른 약 220일 만에 조사했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검찰 수사(기소)에 비해 공정위 처분이 늦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지만, 처리 속도보다 담합 사건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는 편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성급한 심결로 시간을 더 낭비할 수 있다.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수년간의 조사와 심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명보험사 예정이율 정보교환 사건이나 국제 해운 운임 담합 사건처럼 대형 담합 사건에 대한 제재가 법원에서 뒤집힌 사례도 있다. 공정위 통계에 따르면 행정소송에서 공정위의 완전 승소율(2024년 기준)은 약 70%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패소까지 포함하면 약 30% 가까운 사건에서 법원이 공정위 판단을 뒤집거나 일부 인정하지 않았다.
공정위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려는 노력 자체는 필요하다. 다만 카르텔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결론을 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흔들리지 않는 결론을 내느냐’다. 담합을 다루는 일은 속도전이 아니라 정밀전에 가까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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