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명분은 기업가치 제고”
9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이번 고려아연의 인수전에 참여한 이유는 고려아연·영풍의 집안싸움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단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아연은 국내 최대 비철금속 제련회사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며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공동으로 경영해온 독특한 지배구조를 지닌 회사다. 각자 비철금속을 생산해왔지만 공동으로 비철금속 원료를 함께 구매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거래 협상력을 높여왔고, 두 회사의 제품을 서린상사가 유통하는 구조였다.
서린상사는 양사의 우호의 상징이었으나 75년 동업을 종료하고 서린상사 최대주주인 고려아연이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를 재구성해 경영권을 영풍으로부터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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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측 관계자는 “콜옵션 계약 가격을 밝힐 순 없지만 꽤 높은 가격에 고정돼 있다”며 “영풍은 MBK에 콜옵션 계약 외의 남은 보유 주식도 향후 고려아연을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때의 매각가에 잔여 지분을 팔 수 있는 옵션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MBK는 공개매수가가 인상될 때마다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 외에는 안전장치가 없는 셈이다. 정상적 경영권 인수 방식의 하나로 적대적 M&A를 인정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MBK파트너스는 이날 공개매수가를 83만원 이상으로 높이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추가적인 가격 경쟁으로 인해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자사주 공개매수, 경영권 방어 유일 수단
고려아연 역시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방어 논리로 특정 주주의 경영권 방어가 아닌 기업가치 보호를 내세우고 있다. 고가 매입이라고 하더라도 해외 매각시 기술 유출 우려가 크거나 잦은 손바뀜으로 인한 경영 안전성의 훼손 가능성, 지역 고용안정성 등에서 회사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법조계에서도 자사주 매입을 통한 경영권 방어는 우리나라에서 인정되고 있는 유일한 제도적 방어 수단으로 ‘배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에서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기업을 지키는 것이 회사에 유리한지를 놓고 법리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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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적으로는 양측 모두 명분이 분명한 만큼 적대적 인수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국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포이즌필 도입 가능성과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 보호와 방어 전략 사이의 균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단 지적이다. 1985년 미국의 유노칼(Unocal) 사건은 적대적 M&A와 방어 전략에서 중요한 선례로, 포이즌필 전략의 정당성과 한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경영진이 주주 보호를 위해 방어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면서도 그 권한이 남용되지 않도록 제한하는 법적 기준을 마련했다. 2007년 일본 불독소스(Bulldog Sauce) 사건 역시 법원 판결 이후 포이즌 필의 법적 근거가 확립됐으며, 일본 기업들은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적대적 인수 위협을 받을 때 방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됐고, 주주 보호와 기업 방어 전략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강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