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 성(性) 소수자 축제인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2015년부터 줄곧 개최해오던 서울광장이 아닌 을지로 일대에 모인 축제 참가자 5만여명은 서울시의 차별행정을 비판하며 우리 사회를 향해 성소수자 혐오 중단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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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축제 슬로건은 ‘피어나라 퀴어나라’로, 사회에서 꽃피지 못한 성소수자들의 삶이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양선우(홀릭) 조직위원장은 “우리의 삶과 웃음이 피어나기를, 우리의 형편이 나아지기를, 그런 세상을 꿈꾸며 주문을 외우는 기분으로 슬로건을 만들었다”며 “아직 우리나라에 혐오와 차별이 가득하지만 이 자리를 꼿꼿이 지켜주는 이상 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을 위한 세상은 분명히 올 것”이라고 했다.
이날 축제 개막 선언에 앞서 조직위는 서울시의 광장 사용 불허서를 찢어 날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조직위 활동가는 “차별과 혐오가 가득한 문서를 박박 찢어서 날려버리겠다”며 “너희는 우리를 막을 수 없다. 폭도는 너희다. 우리는 폭도가 아니다”고 외친 뒤 손으로 찢은 불허서를 무대를 향해 던졌다.
시민단체들도 연대발언을 통해 퀴어축제에 힘을 실으며 차별 중단을 촉구했다. 정혜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촛불을 들었던 광장뿐 아니라 일터나 카페, 또는 학교나 공원 어디에나 퀴어는 있어 왔는데, 왜 퀴어는 자신답게 살기 위해 ‘커밍아웃’이란 말로 힘들게 세상에 나와야 하나”라며 “닫힌 옷장 문을 열고 세상에 나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투쟁이 되어버렸던 지난날의 고통을 잠시 뒤로 하고 축제를 즐기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조직위는 지난 4월 서울시에 광장 사용을 신고했지만, 시는 기독교단체인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를 이유로 퀴어축제의 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이에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2015년부터 매년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퀴어축제는 을지로2가 일대로 장소를 옮겼다. 오전 11시부터 부스 행사 등으로 시작을 알린 퀴어축제는 오후 4시 30분부터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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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퀴어축제 행사장 주변엔 펜스를 설치해 행사 부스와 무대에 진입하기 위한 통로를 일원화하는 등 인근 도로 통제에 나섰다. 퀴어축제 행진 시엔 타 집회와 동선을 분리해 퀴어퍼레이드와 반대 집회 참가자 간 충돌에 대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