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와 CVIG 교환…파생되는 문제들
종전선언은 조약이 아닌 정치적 합의입니다. 종전의 최종 완성을 위해서는 전쟁 당사자인 남·북·미·중 4국이 참여하는 휴전협정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법적 행위가 필요합니다. 종전선언 그 자체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자칫 평화협정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경우 유사시 군사적 행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원의 저서 ‘한반도 평화체제’(2007)에 따르면 평화체제는 한반도의 평화를 회복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권리와 규칙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평화에 관한 사회적 기구 내지는 구조로서 조약이나 협정에 의해 형성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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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능력, 북한국 vs 한국군+주한미군+美 확장억제력
우선 종전선언 이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 입니다. 한반도 평화는 평화체제로만 보장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은 평화체제 구축 후 군축을 실행키로 합의한바 있습니다. 군비통제와 군축은 양국의 총체적인 군사능력을 평가해 대등하게 이뤄집니다. 한국군의 군사능력은 국군 자체의 능력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과 미국의 확장억제 능력 등을 합한 것입니다. 남북간 군축 협상은 북한군 독자적인 능력과 비교해 이뤄집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 측이 훨씬 더 많은 양의 군사적 능력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북미회담에 의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폐기가 결정된다고 할지라도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은 최대 900여발로 추정되는데, 이중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스커드 미사일은 최대 430여발로 알려져 있습니다. 탄도미사일에 핵이 아닌 생·화학탄을 탑재해도 대량살상으로 이어집니다.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등은 향후 남북 간 군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비대칭전력입니다.
◇주한미군의 성격 변화, 동맹군→평화유지군
평화협정을 통한 평화체제로 가는 길목에 또 다른 핵심사안은 주한미군 문제입니다. 사실 원칙적으로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 간 문제로, 북한과 상관이 없습니다. 주한미군 주둔 근거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른 것으로 북한 위협을 특정해 한국에 주둔하는 군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 위협이 사라져도 미군이 주둔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주한미군 조정 문제를 비핵화와 연계해 대북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카토(CATO) 연구소를 중심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전문가가 상당수 존재합니다. 또 중국 견제는 주일미군 강화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철수해도 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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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위협 감소 이후 동북아 안보질서
특히 주한미군의 평화유지군으로의 성격 변화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규정된 동맹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한미동맹의 조정으로 이어집니다. 핵타격 수단인 전략무기 전개 불가 역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입니다.
게다가 북한 비핵화 이후 한국의 전략적 위상 감소 가능성도 있어 한미동맹 조정 문제가 급부상 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 위협이 상대적으로 증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북미수교가 성사 될 경우 미국은 대중국 견제 목적으로 북한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미국은 현재 대중국 견제를 위한 정책에서 한국보다는 미국의 역할 부여에 치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서 아태 재균형 전략보다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중점을 두고 태평양과 인도양 해양에서의 전략통로 확보와 유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미국-인도-호주-일본을 잇는 안보 협력 구도는 한미동맹 강화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북한 비핵화를 넘어 중장기 동북아 안보질서 구축 차원에서 우리 나름의 대응 전략을 갖고 새틀을 짜야 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