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영국의 수도 런던의 중심가는 언제나 붐빕니다. 수도에 인구가 몰리는 특성상 사람과 차량이 많다 보니 특히 웨스트민스터 브릿지, 옥스포드 스트릿 등 주요 거리는 차로와 인도는 언제나 꽉 막혀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의 구분이 명확히 있지만, 가끔 신호를 지키지 않고 움직이는 차량과 사람들로 인해 사고도 빈번히 일어나죠. 여기에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싸이클링 그룹, 아침과 저녁, 점심 시간에도 운동하는 조깅 그룹들도 가세합니다. 얼마 전에는 조깅하던 한 남성이 자신이 달리는 길에 방해되던 마주 오던 보행자를 도로로 밀쳐 까딱하면 큰 인명사고가 날뻔한 일도 있었죠.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면서 파운드 가치 하락으로 세계 관광객들이 런던으로 몰려들면서 런던은 그 어느 때보다 혼잡해졌습니다. 런던 중심가나 주요 명소에 가보면 영어보다는 중국어, 스페인어, 불어, 독어 등 다른 국가 언어가 더 많이 들리죠. 물론 한국인들도 런던을 많이 찾습니다. 이 때문에 런던의 숙박, 음식업계, 소매업계 등 관광업계는 특수를 맞았죠. 파운드화 가치하락으로 더 많은 세계 관광객들이 런던에서 자고, 먹고, 옷과 물건 등을 사면서 돈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 | 이민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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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런던 시민들은 이런 상황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브렉시트로 경제에 불확실성이 드리워져 개개인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여기에다 런던 곳곳이 관광객들로 넘쳐나다 보니 걸어 다니기도 불편하고, 런던의 주요 교통수단인 전철 ‘튜브’에서 앉을 자리를 찾기도 더 어려워졌습니다. 조깅을 하려고 해도 달리는 길이 인파로 종종 막히곤 하죠. 아무리 이들 관광객들의 소비가 런던의 경제에 기여한다고 해도 이 같은 경제효과가 직접적으로 런더너들에게 실질임금 상승 등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이익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도로와 인도와 사람이 갑자기 많이 늘어나는 것은 단지 스트레스로만 다가올 뿐이죠. 이 때문에 런던에서 사람들이 길을 오갈 때, 차량을 운전할 때, 자전거를 탈 때, 조깅을 할 때 자신의 길에 방해되는 마주 오거나 앞서 가는 사람들에게 더욱 적대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 영국 런던시청 근처 전경. 사진=이민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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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 세계 주요 도시 위상에 걸맞지 않은 ‘무례하다’는 악명이 높아지자 영국 주요 싱크탱크인 ‘센터 포 런던(Center for London)’은 급기야 ‘예의 코드’까지 제안했습니다. 런던 보행자, 자전거족들, 오토바이족들 등이 더 이상 서로에게 무례하게 대하지 말자고 강조합니다. 보행자들은 길을 갈 때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스마트폰만 보고 가다가 마주 오던 사람과 부딪히면서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멈춰야 하고, 자전거족들도 사람들이 뻔히 지나다니는 곳에서 공격적으로 속도를 높여 자전거를 타면서 보행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전철인 튜브에서 노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노약자들에게 자리 양보하기, 거리를 걸을 때 앞을 보고 걷기, 보행자가 있는 곳에서 자전거 속도 낮추기 등 ‘예의 코드’를 런던에 도입하면 거리와 도로가 더욱 안전하고 좋은 환경으로 변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 싱크탱크는 이미 런던 교통당국에 이 같은 예의코드를 도로교통 규정으로 도입하자고 제안한 상태고요.
한국인들은 보통 런던을 여행할 때 소매치기나 강도를 조심하라는 주의를 듣곤 합니다. 여전히 아시아 인들에게 적대적인 인종차별 집단의 공격에도 조심해야 하고요. 최근에는 런던에서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런던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밀집한 장소를 피하고 특별히 신변안전에 유의하라는 외교부 문자도 날라오죠. 이 같은 위협에 더해 이제는 런던에 여행할 때 일반적인 거리를 걸어 다닐 때도 차량뿐 아니라 조깅족들, 자전거 족들을 조심해야겠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는다고 앞을 보지 않고 핸드폰만 보고 가다가 공격적인 조깅족들, 자전거족들에게 자칫 밀침을 당하거나 욕설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