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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열린 ‘제1회 비욘드 팁스(Beyond TIPS)’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경준(54) 이오플로우 공동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인 점이 높게 평가 받았다”고 수상비결을 밝혔다. 이 회사는 당뇨환자를 위한 ‘패치형 약물주입기 및 단말기’를 제조한다.
팁스(TIPS)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민간투자·정부 연구개발(R&D)을 연계해 전문인력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비욘드 팁스는 중기부가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희망하는 우수 팁스 창업팀과 투자자, 대기업과의 만남을 주선해주기 위해 올해 야심차게 마련한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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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세계 당뇨환자는 2035년쯤 6억명에 달할 걸로 예상된다. 당뇨환자를 위한 인슐린 주입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2조원. 현재 인슐린 주입기를 이용하는 당뇨 환자의 90%는 ‘인슐린펜’(주사)을 사용한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하루에 4~7회 본인이 직접 복부에 인슐린을 주입해야 한다는 게 큰 단점이다. 더군다나 외부활동 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인슐린을 주입하지 못해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있다.
반면 최근 나온 ‘인슐린 패치펌프’는 3일에 한 번 패치를 갈아끼면 돼 효용성이 높고 소아 당뇨환자도 사용하기 좋다. 김재진(56) 공동대표는 “패치펌프에서 중요한 것은 ‘전기 삼투’(전기 화학을 이용한 정밀 자동 주입) 기술”이라며 “특허기술은 이오플로우만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이오플로우를 설립한 것은 2011년. 어릴적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그는 MIT대를 졸업해 모토로라·인텔을 거쳐 20여년 간 미국 벤처업계에 몸담았다. 그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에 교환교수로 파견 중이던 지인인 한국 교수를 통해 전기 삼투 기술을 처음 알게 됐다. 원 개발자는 미국 제약업계에서 유명한 아담 헬러 텍사스 오스틴대 화학과 교수. 처음에는 헬러 교수가 관련 기술을 직접 상용화하려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을 덮치면서 펀딩에 지장이 생겼다. 지인 교수는 그 기술을 한국에 가져와 연구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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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이 기술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창업에 나섰다. 3년간 협상과정을 통해 기술 ‘전용 사용권’을 얻었다. 2015년에는 친척이자 한국올림푸스 의료사업 본부장을 지낸 이 대표가 합류하며 본격적인 펀딩 및 R&D(연구개발)가 시작됐다. 이오플로우가 첫 번째 투자를 얻은 것이 바로 팁스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김 대표는 “2015년 팁스사로 선정되며 종잣돈 2억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이 돈으로 기자재도 구입하고 인력도 채용했다”고 말했다. 이후 대성창투,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총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인슐린 패치펌프 시장은 미국의 인슐렛과 발레리타스가 주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들은 기계식이라 크기도 크고 전기도 더 먹는다”며 “우리는 전기화학식이라 무게(17.2g), 부피도 20% 적어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상용화를 앞둔 이오플로우의 패치펌프는 이미 한 제약사와 연 60억원 어치 판매 물량을 계약했다. 식품의약안전처에서 시행하는 ‘차세대 의료기기 100’ 프로그램에도 선정돼 해외판매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특히 소아 당뇨 환자의 부모들이 정식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사명감’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