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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울리지 않는 두 남녀 모드와 에버렛의 사랑(장애가 있는 아티스트 여자와 하층 계급 남자의 사랑, 혹은 요즘 유행하는 중산층 여자와 블루 컬러 남자의 결합 같은 느낌)으로 포장돼 있지만 사실은 그것도 아니다. 이건 올 곧이 한 여성의 눈물겨운 자기애(自己愛)를 그린 작품이다. 모드라는 여성 화가가 얼마나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 갔으며 그로 인해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이 여전히 얼마나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가를 보여 주는, 성찰의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내 사랑’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캐나다 출신의 나이브 화가(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자신의 미술 세계를 이루어 낸 작가들을 일컫는 말이다) 모드 루이스의 생을 담는다. 선천성 관절염으로 평생을 불편한 육신으로 살아야 했던 그녀는 불우했던 삶을 딛고 예술가로서 성공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아니, 그 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자족(自足)의 삶을 어떻게 체득(體得)해 갔는지를 채취(採取)헤 나간다. 그 과정에서 마을 생선 장수였던 에버렛 루이스와 같이 살게 되고, 결혼에 이르며, 영혼을 나누게 되는 일 등등이 펼쳐진다. 그런데 그건 엄밀히 말하면 지엽(枝葉)이다. 제대로 걸을 수 없었던 모드가 자신의 걷는 모습 마냥 세상을 비뚜로 봤다면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사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그림 속 풍경처럼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엔 자신을 학대하고 멸시했던 허드레 일꾼 에버렛도 결코 좋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부족한 삶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인생과 세상 자체를 모드 루이스가 얼마나 지극히 사랑 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녀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힘, 그 원천은 바로 그 같은 긍정성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진솔하게 자기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자신의 안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 세상의 심연을 바라 볼 용기를 얻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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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내 사랑’의 한 축은 한 여자 아티스트의 특이한 성공담에 쏠려 있다.하지만 찬찬히 뜯어 보면 실은 그것마저도 아니다. 모드의 그림이 세세하게, 전문적으로 얘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방점은 딴 데 찍혀 있다. 삶은 어쩌면 대단한 예술이 아니다. 더더군다나 예술 역시 엄청난 돈이 아니다. 그리고 돈은 결코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 가면서 이 어리석은 쳇바퀴를 돌려 대려 애쓴다. 인생은 돈이 전부라고 떠들어 대며, 그저 돈만 되는 예술만 생각하고, 돈만 추구하며, 돈만 좋아하고 그래서 결국 돈,돈,돈 하면서 살아 간다. 이 영화 ‘내 사랑’은 그 반대를 보여 주려 한다. 삶은 단순한 것이고 예술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사(模寫)한 것에 불과한 것이며 그래서 우리는 그 안에서 평화롭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사랑’은 마치 ‘작고 적은 삶’을 추구했던 헨리 소로의 에세이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지만 깊은 공명(共鳴)을 준다는 것은 이런 느낌에서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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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정치경제사회학의 우울증에 시달리는 현대사회에 말 그대로 천사의 마음과 그 손길을 전달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다. 상심과 상실의 마음에 위로의 단비를 내리게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 여인, 모드 루이스처럼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처럼 독특한 그림을 그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 저 어느 구석에 모드와 같은 자연의 화가가 있었다는 것, 무엇보다 삶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애쓴 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은 위안을 얻게 된다. 자신들의 지옥같은 삶에도 탈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삶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 ‘내 사랑’이 조용히 흥행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늘 그렇듯이 세상사에는 다 그만한 이유들이 있는 법이다.
◇[오동진의 닥쳐라! 영화평론]은 영화평론가 오동진과 함께합니다.
글을 쓴 영화평론가 오동진은 상세하다 못해 깨알과 같은 컨텍스트(context) 비평을 꿈꿉니다. 그의 영화 얘기가 너무 자세해서 읽는 이들이 듣다 듣다 외치는 말, ‘닥쳐라! 영화평론’. 그 말은 오동진에게 오히려 칭찬의 글입니다. 윗글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닥쳐라!’ 댓글을 붙여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