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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최근 삼성전자(005930) 등 4개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라이온즈 지분 100%를 제일기획(030000)으로 넘겼다. 2014년 수원삼성 프로축구단 이관 등 스포츠사업 통합작업의 일환이다. 삼성 계열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공시자료를 종합하면 제일기획은 4개 계열사에 총 6억7596만원을 지급하고 지분 64.5%(12만9000주)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주당 매입단가 5240원과 삼성라이온즈 총 발행주식(20만주)을 곱하면 지분 100% 가치는 10억4800만원이다.
계열사간의 거래라도 공정가치를 현저히 밑도는 금액으로 거래하면 부당내부거래에 해당하고 배임죄를 물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프로야구 원년멤버이자 4년 연속 통합우승에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의 금자탑을 쌓은 명문구단 몸값을 10억원에 책정한 이유는 우선 기존 주주들의 장부가치 산정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삼성 계열사들은 자신들이 보유해온 삼성라이온즈 장부가치를 0원으로 산정해왔다. 장부가격을 매기지 않았다는 것은 부도기업처럼 해당 주식이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다’고 회계처리한 것. 오히려 제일기획이 삼성라이온즈 부채를 짊어지고 액면가(5000원)보다 240원 높은 금액에 매입한 꼴이다.
그렇다고 삼성라이온즈의 진짜 가치가 10억원에 불과하다는 건 아니다. 연고지에 기반한 프로야구의 특성상 해당 지역팬들의 충성도, 해마다 정규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에 단골로 진출해온 경기력에서 비롯되는 브랜드파워, 스타선수 개개인의 홍보효과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로 증명하기 어려운 무형의 가치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야구단을 인수하는 곳은 단순한 장부상 가치만 계산해서 인수하지는 않는다. 구단 해체 후 재창단 방식의 인수사례인 우리히어로즈(2008년)를 제외하면 가장 최근 프로야구단 인수합병(M&A) 사례는 15년 전 해태타이거즈(2001년)다. 인수기업인 기아자동차(000270)는 해태타이거즈 지분 100%를 185억원(당시 기아차 공시 기준)에 사들였다. 삼미슈퍼스타즈가 청보(1985년)를 거쳐 태평양(1995년)이 되던 10년간 해당 야구단의 값어치는 70억원에서 470억원으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다만 이 금액은 순수 지분가치 외에 가입금 등이 포함된 수치로 알려져 있다.
삼성라이온즈는 제3자 매각이 아닌 계열간 거래여서 팬들의 충성도·브랜드·홍보가치 등 무형 가치를 배제하고 부채와 단순 지분가치를 감안해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앞서 제일기획은 2014년 삼성전자로부터 프로축구단 수원삼성블루윙즈를 총액 20억원에 인수했다. 이 가격도 주당 단가로 환산해보면 삼성라이온즈(5240원)과 유사한 5000원이었다.
물론 삼성라이온즈의 지분가치가 10억원으로 매겨진 것은 브랜드·홍보가치 등을 제거한 계열간 거래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국내 프로구단이 독자기업으로는 자생력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4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2014년 재무제표를 보면 삼성라이온즈의 연 매출은 511억원인 반면 구단이 쓴 비용(매출원가+판매관리비)은 680억원이었다.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고 해마다 결손금이 쌓이면서 자본잠식된 지 오래다. 특히 매출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6억원은 계열사가 지원해준 광고·사업수익이다. 계열사로부터 지원받은 매출을 제외하고 입장료 수입 등 스스로 벌어들인 독자수익은 215억원에 불과하다. 해당연도에 삼성라이온즈는 프리에이전트(FA)계약 등으로 예년보다 선수단운영비가 더 들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감안해도 한 해 구단 운영비의 절반도 자체 충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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