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펀드결산)①주식펀드 100조원 시대 열다

이진철 기자I 2007.12.14 10:00:00

국내 펀드설정액 300조 돌파..주식펀드 각광
`미래에셋 따라하기` 새풍조..기관 영향력 확대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한국증시가 2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신기원을 맞이한 2007년은 펀드시장도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매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도 했지만 결국 저금리 시대에 가장 적절한 투자상품은 펀드라는 것을 입증하며 확고한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데일리는 올 한해 펀드시장의 성과와 자산운용업계의 동향 등을 3회에 걸쳐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올해 주식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2000포인트 시대를 열었다. 11월 들어 조정을 받고 있지만 펀드시장은 주식시장의 호조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 펀드설정액은 주식, 채권, 혼합형 등을 모두 합해 지난 12일 기준으로 300조42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올들어 펀드 설정액은 65조원 가량 증가하는 급증세를 기록했다.

◇증시 호조에 주식형펀드 열풍.. 비과세 해외펀드 인기 두드러져

올해는 주식형펀드의 인기가 두드러지면 수탁고도 크게 증가했다. 전체 주식펀드 수탁고는 지난 12일 기준 112조2760억원으로 작년말 46조4894억원에 비해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올해 설정액 증가액 중에서 국내주식형은 25조원, 해외주식형은 40조원을 각각 차지한다.

▲ 펀드 유형별 수탁고 추이
연초만 하더라도 전년의 부진한 성과를 경험한 투자자들의 주식형펀드에서의 이탈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연초 코스피가 1300포인트대에서 5월 1600포인트대를 돌파하면서 펀드자금도 주식시장 상승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특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엔캐리트레이드 등 해외발 악재로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았던 8월과 11월에도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이 확대되는 등 저가매수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펀드시장에선 해외펀드 투자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올 6월부터 해외주식양도차익에 대히 비과세 혜택이 시행되면서 해외펀드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 해외펀드 유형별 수탁고 추이
특히 작년초까지만 해도 해외펀드 시장을 대표하던 역외펀드는 세제혜택에서 제외되면서 규모가 축소된 반면 국내에서 설정된 역내펀드는 해외펀드 상품의 대세를 이뤘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전체 펀드수탁고 증가분의 94.7%가 주식형펀드가 차지할 정도로 주식형펀드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졌다"면서 "해외투자펀드의 경우 올해 신규로 출시된 펀드의 대부분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해외주식 직접투자펀드"라고 설명했다.

조병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물론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 전세계 어느 곳이든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글로벌 투자에 본격 동참하게 됐다"면서 "적립식펀드로 촉발된 간접 투자문화의 정착과 글로벌 투자라는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풍부한 펀드자금.. 외국인 떠난 증시 주도세력으로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견조한 자금유입은 국내 투신권의 매수 여력을 확대시켰다. 자산운용사들은 풍부한 펀드자금을 바탕으로 국내 주식시장의 주도세력으로 새롭게 부상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외국인을 제치고 증시 주도세력이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특히 미래에셋 등 대형운용사들이 지분을 보유한 종목들의 주가상승을 보이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기관 따라하기` 유행도 나타났다. 한달에 한번 자산운용사가 금융감독원에 공시하는 보유종목 변동을 보고 투자자들이 따라하기 투자를 한 것. 실제로 동양제철화학의 경우 미래에셋의 수혜주로 꼽히며 주가가 급등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기관투자자들의 영향력 확대는 의결권 행사에 대한 이슈로 발전했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던 동아제약의 경우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미래에셋이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시하면서 사실상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펀드에 돈을 맡긴 수탁자를 대신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가 당초 투자목적으로 샀던 지분이 졸지에 경영권 참여로 변하면서 기관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당국과 협회 차원에서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도 진행중이지만 그에 대한 찬반여론도 팽팽한 상황이다.

◇펀드시장, 양적성장 불구 단기투자 행태 여전..인식전환 필요 

한편 펀드시장이 양적 성장으로 거뒀지만 불완전 판매 우려 등 질적 수준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은행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펀드의 연 기대수익률은 21~30%가 30.2%로 가장 높았다. 반면, 투자원금을 까먹을 수 없다는 펀드 가입자 비율은 34.7%에 달해 투자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지나치게 높았다. 또 펀드가입을 위해 판매창구에서 상담이 진행되는 시간은 11~20분이 36.8%로 가장 높아 평균 30분 이내에서 펀드가입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투자자들의 투자 형태가 단기적인 투자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나대투증권이 자사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주식형펀드의 평균보유기간은 333일로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손명철 하나대투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최근 들어 국내 펀드시장은 양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 장기투자 성향이라는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애널리스트는 "주식형펀드는 변동성이 큰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단기적인 수익률 추구보다는 장기투자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라며 "따라서 장기투자 경향이 정착하기 위해 투자자와 판매·운용사 모두의 인식전환과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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