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 놀이' 끝내려면…정권과의 단절 '제도화' 절실[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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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기자I 2025.09.02 05:00:00

방첩사 개혁, 보안·방첩·수사 기능 쪼개기 추진
조사본부·정보본부 이관 예정, 또 다른 권력기관 우려
묵시적 임무 '통수권 보좌' 기능에 대한 점검 먼저
정권과 단절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필요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군방첩사령부 개혁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현 방첩사에는 간첩 활동 차단을 위한 ‘방첩 정보’ 수집 기능만 남고, 수사권은 국방조사본부로 이관될 전망이다. 군사보안과 방산보안, 신원보안 기능도 국방정보본부로 갈 가능성이 크다. 표면적으로는 권한 분산이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사권을 잃은 방첩사는 ‘방첩 정보 수집 기관’으로 축소된다. 그러나 정보와 수사는 본래 긴밀히 연결된 기능이다.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되면, 방첩사는 조사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제도적으로 분리된 기능이 다시 비공식적 통로를 통해 연결될 우려가 있어 또 다른 권력화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권한 이관은 권력 분산이 아니라 권력 재편의 성격이 짙다. 방첩사가 쥐고 있던 권한은 국방조사본부와 국방정보본부라는 두 축으로 나뉘어 넘어간다. 문제는 이들 기관이 ‘제2의 방첩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안·방첩·수사 기능은 명확히 경계 지을 수 없어, 어느 한 기관이 우위를 점하면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로 귀결될 수 있다.

특히 역사적 맥락에서 방첩사는 단순한 정보기관이 아니었다. 과거 방첩사는 지휘관 동향 파악, 인사 검증, 부대 감시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치에까지 개입하며 정권 친위 조직처럼 활용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권한 확장의 명분은 ‘통수권 보좌’였다. 특정 인맥과 권력자 간의 유착이 방첩사를 개혁 대상으로 만든 근본 원인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12·3 비상계엄 상황에서 방첩사가 투입된 이유도 분명하다. 정적을 겨냥한 검거와 수사가 가능한 ‘합동수사본부’ 역할이었다. 이번 개혁 논의가 단순히 기능 조정과 조직 개편에 머문다면 또 다른 권력형 정보기관이 등장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방첩사 개혁의 본질은 조직 개편 그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권력자와 군 정보수사기관 간의 구조적 유착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에 있다. 그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한, ‘방첩사 놀이’는 이름만 바꾼 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해 10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던 중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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