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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 인천 남동구 구월동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에서 열린 제5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는 성소수자, 외국인, 청소년 등 수백명의 참가자(경찰 추산 200명)가 몰렸다.
행사장에서는 성소수자단체, 부모단체, 시민단체 등이 30여개의 부스를 운영했다. 단체 관계자들은 기념사진 촬영, 굿즈 판매, 설문조사 등을 하며 성소수자의 인권·자유 보장의 필요성을 알렸다.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와 즐거움이 가득했다.
◇성소수자들, 평등한 인천·대한민국 기대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무지개 인천 다시 광장에서’라는 슬로건에 맞춰 기획했다.
주최측은 환영사를 통해 “축제로 우리는 다시 광장에서 만났다”며 “대한민국의 현실은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판을 치고 있지만 우리가 있는 이 공간은 어떠한 혐오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마음껏 드러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며 “우리는 오늘 같은 날이 하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 될 때까지 평등한 도시 인천과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시민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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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천지역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연대단체, 시민을 중심으로 인천에서 퀴어축제를 연 것은 인권차별 해소와 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목소리를 다시 낸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성소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해 있다”며 “지역에서부터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내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중앙무대에서는 주최측이 준비한 ‘레츠피스’의 연주 공연, ‘허리케인 김치와 친구들’의 노래·퍼포먼스 등이 진행되며 축제의 흥을 돋웠다.
◇성소수자 부모·청소년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장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성소수자 관련 책·굿즈 판매 등을 하며 퀴어축제의 의미를 알렸다. 이 모임의 대표인 하늘(66·여·서울 거주·별명)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인천퀴어축제에 참여할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 날씨도 좋고 여러 참가자들이 함께해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퀴어축제를 통해 인천시민 중에 성소수자가 많다는 것을 알리고 이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하늘의 아들(40대 초반)은 게이이다. 하늘은 아들의 성정체성을 15년 전에 알게 됐고 아들이 차별받지 않게 하려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하늘은 2014년 2월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창립했고 매달 여러 부모들과 정기모임을 하고 있다.
하늘은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은 차별이 우려돼 커밍아웃을 안했다”며 “성소수자들이 성정체성을 드러내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빨리 올 수 있기를 바란다. 예전과 비교하면 시민들이 성소수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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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를 향한 퀴어한 질문 ‘큐앤아이’도 참여해 기독교단체의 성소수자 인권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이 단체의 대표인 이동환(41) 경기 수원영광제일교회 목사는 “성소수자도 하나님의 자녀로 생각하고 축복해야 한다”며 “동성애 찬성·동조를 금지하는 감리교 재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 부평에서 열린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의 축복식에 참여했다가 같은해 10월15일 감리교로부터 정직 2년 징계를 받았다. 그는 감리교 재판 결과를 반박하며 항소했다. 오는 20일 감리교 재판국의 2심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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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찰은 이날 축제 참가자의 안전보호를 위해 행사장 주변에 펜스를 치고 경비활동을 벌였다. 일부 기독교단체측이 행사장 주변에서 1인 시위 등을 벌였지만 물리적인 총돌 없이 평화롭게 축제가 진행됐다. 축제를 반대하는 보수성향의 기독교단체는 구월동 중앙공원 하트분수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기독교측 집회에는 교회 목사, 신자 등 수백명(경찰 추산 300명)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