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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에 소유권이 있을까?..'데이터 기본법' 찬반 뜨거워

김현아 기자I 2020.12.05 10:24:11

과기정통부와 조승래 의원, '데이터 기본법' 추진
한국데이터정책법학회 세미나에서 여러 의견 나와
데이터 소유권, 유형별로 다르게 보자..기본법 취지 공감
데이터 소유와 이동권,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주장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데이터에 소유권이 있을까. 있다면 특정한 물건을 타인의 매개 없이 직접 지배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민법상 ‘물권(物權)’에 해당할까,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나 저작권법상 ‘저작(인접)권’과는 어떻게 다를까.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을 통해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하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앞당기려 하면서, EU·미국·일본에서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터 소유권과 이동권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데이터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데이터란 무엇인가(정의), 데이터에는 소유권이 있을까, 데이터의 이동권은 어떻게 보장돼야 하는가 등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참여연대, 경실련,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이 과기정통부의 ‘데이터 기본법(데이터 생산, 거래 및 활용 촉진에 관한 기본법)’에 대해 정보주체 권리 침해를 이유로 반대하는 가운데, 지난 4일 열린 (사)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회장 이성엽 고려대 교수) 주최 학술대회에서도 여러 의견이 표출됐다. 화상회의 솔루션 ‘줌’을 통해 공동으로 주최한 ‘데이터의 소유와 독점’을 주제로 한 2020년 하반기 정기학술대회에서다.



데이터 소유권, 유형별로 다르게 보자..기본법 취지 공감

권영준 서울대 법전원 교수는 “유럽에서는 데이터 소유권이라는 새로운 권리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지만 미국·일본은 매우 적극적이며 일본은 민간 데이터거래청까지 만들었다”면서 “우리나라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동의받은 지역화폐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 이후 팔아 5천만원 정도를 사용자들에게 배당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데이터 자체는 세상 모든 것과 결부돼 속성상 개인 소유가 될 수 있나, 전반적 지배대상인가, 원칙적 공유대상인가 등 혼란이 여전하다”면서 “그래서 하나의 권리 다발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막대기의 묶음 같은 유연한 소유권으로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마치 저작권법에 공정이용조항이 있는 것처럼”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권 교수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의 소유권과 이전권을 논할 때 “전체적 접근 방식보다는 개별적 접근 방식이 낫다. 전자상거래 데이터, 자율주행 데이터 등으로 개별 고찰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기윤 SK텔레콤 상무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가 중요하다”면서 “특히 가명정보나 익명 정보는 비개인정보로 소유권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대량 활용 시 부담이 덜해지는 방향을 원한다. 원 소유자의 권리와 사업자의 관리를 균형 있게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데이터 활용 기본법 논의가 되고 있는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합심해 이용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를 함께 이루자는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이재진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실장은 2015년 코펜하겐시와 일본 기업 히타치가 공동 펀딩해 만든 데이터거래소가 2019년 폐쇄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데이터거래가 활성화되려면 데이터 수요자의 커뮤니티 참여, 데이터 공개 표준 및 가이드라인, 법률적 리스크 해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소유권, 저작권, 독과점, 부정경쟁, 영업기밀, 동의, 보안조치, 수탁자 감독, 침해신고통지, 정정과 삭제, 역외이전, 아동보호 등 데이터를 만들고 거래할 때 부딪딛히는 법률 문제들이 적지 않다”면서 “이를 모두 사업자들이 알고 있기 어려우니 데이터를 만들고 이용하는 전 주기에서 법리적인 것을 정리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소유와 이동권,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반면, 이창범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이병남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정책과장 등은 데이터 기본법이 아닌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한 권리 규율을 강조했다.

이창범 연세대 교수는 “모든 데이터는 법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지만 소유권이나 점유권으로 획일적으로 보호할 필요는 없지 않나. 영업기밀로, 특허로, 저작권으로 각각 보호하면 충분하다. 데이터 소유권 개념이 오히려 혼란스럽다. 나머지 부분도 일반 계약법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는 내 정보가 아니라 나에 관한 정보”라면서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소녀의 글이 있다면 이는 소녀와 소녀 가족, (소녀 글에 언급된) 의사 등의 개인정보여서 누구라도 통제권, 지배권을 주장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특히 “(개인동의를 전제로 데이터 융합서비스를 허용한) 우리나라의 마이데이터에는 사적 영역의 개인정보에 대해 권리를 상당히 부당하게 대가 없이 침해할 수 있는 반 헌법적 수준도 있다”면서 “일본 제도는 개인식별성이 없는 데이터에 대해 소유권을 논한다. 이 역시 개인정보보호법의 얼개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개인정보에 대한 신뢰 기반이 잘 갖춰져야 산업도 활성화될 것”이라면서 “최소 수집의 원칙이나 목적 내 활용 등의 원칙이 잘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남 개인정보보호위 과장은 “데이터 소유권은 위원회 차원에서 준비해야 하는 이슈”라면서 “개인식별 가능성이 없는 일반적인 데이터는 재산권이든 물권이든 떠나 경제적 가치를 보호하는 법적장치는 필요하다”며, 데이터 기본법 자체를 반대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는 “데이터3법 이후 개인정보를 가명 처리해 활용하고 이종 데이터와 결합 가능한 여지는 열렸지만, 식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개인정보”라면서 “개인정보를 제외한 비개인 데이터는 유통이 가능하지만 (과기정통부가 만들려는) 데이터 기본법에 개인정보의 이동권을 넣는 것은 맞지 않다. 과기정통부와 협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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