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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10일 해명자료를 통해 표류실험이 엉터리였다는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에 대해 “실험을 통해 인체모형 이동경로가 해수유동예측시스템의 이동경로와 유사한 것을 확인했다”며 “실험이 실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앞서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해경이 ‘자진 월북’ 판단을 내린 근거 중 하나로 들었던 표류실험이 사실상 엉터리였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사실상 실패한 실험을 이씨의 자진 월북 근거로 제시한 것은 전형적인 짜맞추기 수사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경은 “표류실험은 희생 공무원의 실종추정 시간(9월21일 2시경)과 조석·바람 방향이 유사한 26일 오후 7시2분경에 모형을 투하하며 시작됐다”며 “인체모형 투하 후 4차례 신호가 표출·소실(1차 26일 오후 7시2분~7시48분, 2차 오후 9시28분~9시32분, 3차 27일 오전 1시13분~1시50분, 4차 27일 오전 2시32분~3시35분)됐다. 이후 계속 신호가 소실됐다가 9월27일 오후 1시58경 소연평도 남서방 3.7km에서 경비함정이 위치발신기가 탈락된 인체모형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4차례 위치신호가 표출된 위치와 인체모형이 최종 발견된 위치를 순차적으로 연결했다”며 “이 결과 인체모형이 소연평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흐르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를 통해 실험 결과가 해수 유동예측시스템 평균 이동경로와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모형에 설치한 위치발신기는 파도의 영향으로 해수에 잠기는 등의 경우에는 전파를 송수신할 수 없기 때문에 실시간 지속적으로 신호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은 지난달 29일 중간수사 브리핑에서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기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사실 △북한이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고향 등 신상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 △실종자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는 점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분석결과 인위적인 노력 없이 발견 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해경은 인터넷 도박빚 등 3억3000만원 가량의 채무도 이날 공개했다.
◇해수부 장관 만난 유족 “아빠 명예를 돌려주세요”
해경 발표 이후에도 어떤 경위로 피격됐는지 등 남북 발표가 엇갈리고 있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놓고 의문이 여전한 상황이다. 실종된 해수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 씨는 지난달 26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자꾸 (정부가) 월북으로 몰아간다”며 △군이나 국방부의 해명 △대국민 공개 토론 △해경청장의 사과와 면담을 요구했다.
실종 공무원의 남동생과 전 부인은 지난 9일 부산에서 40여분간 문성혁 해수부 장관 등과 만나 공직자로서의 명예를 살펴봐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실종된 공무원이 국가를 위해 일해왔는데 ‘자진월북자’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심적 고충을 전한 것이다.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실종 공무원 아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빠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며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주십시오. 하루빨리 아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김홍희 해경청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사실관계에 의혹이 많다 보니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실족했다면 핸드폰이 방수되니 119나 지인에게 전화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실족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실종 공무원) 가족과 마음에서 똑같은 게 많다”며 “바다에서 수색과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으로서 하루빨리 희생자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해경이 숨긴다는 오해를 안 했으면 좋겠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