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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지하철 4·7호선 노원역 7번 출구 앞을 지나던 지역 주민 구모(27)씨는 바닥에 새겨진 글귀를 보고 “누가 보면 정말 가난한 지역 주민인 줄 착각할 것 같다”고 불평했다. 구씨가 가리킨 곳을 보니 가로 5m·세로 50㎝ 크기의 대리석 바닥에 음각(陰刻)으로 ‘No won(돈이 없어도) Now on(지금 이 순간) No. 1(행복은 1등)’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노원역 8번 출구 앞에는 ‘I ♡ Nowon’ 문구를 형상화 한 조형물과 노원구 마스코트 조형물 사이에 해당 문구가 쓰여 있었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은 잠깐 멈춰 바닥의 문구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리 재정비 차원에서 노원구가 설치한 홍보 문구가 예상치 못한 입길에 올랐다. 구 명칭의 영어식 표기 ‘No won’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원구청은 지난 3월 담배꽁초와 쓰레기들로 어지럽던 지하철역 주변 66㎡(약 20평) 넓이의 거리를 재정비하면서 해당 문구와 함께 각종 조형물을 설치했다.
우범지대 같던 역 주변이 깔끔하게 변한 뒤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인기를 얻었지만 일부 시민들에게 홍보 문구가 문제가 있다며 불편해 해 한다.
김진영(31·여)씨는 “키워드가 ‘가난’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지역 주민 입장에선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행복을 강조하고 싶다는 취지는 알겠지만 ‘돈이 없다’는 말이 먼저 등장하다 보니 보는 사람에 따라 오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원 게시판 열린구청장실 ‘구청장에게 바란다’에도 불만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익명의 한 지역 주민은 “바닥 문구를 볼 때마다 이 문구가 꼭 필요한 내용인지 의문”이라며 “아예 철거하거나 문구를 수정해주길 바란다”고 올렸다.
노원구청 측 예상못한 반응에 난감해 하는 표정이다.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정한 문구라는 게 구청측 설명이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올해 노원구의 키워드가 ‘행복’임을 고려해 구청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해 선택했다”며 “다른 자치구에 비해 재정 자립도가 높은 지역이 아니어서 ‘돈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구’라는 걸 강조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발음을 빌린 표기인데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윤모(24)씨는 “개인적으로 ‘No won’이라는 단어를 재치있게 활용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전달하고 싶은 의미 자체는 행복이 최우선이라는 뜻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