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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중구 다비치안경체인 본사에서 만난 김인규(54) 대표는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자기 평가와 달리 남다른 입심을 자랑했다. 김 대표는 “93년 마산에서 안경점을 운영할 때 대구 공장서 차떼기로 안경을 사왔다”며 “예를 들어 5만원에 거래되던걸 절반가격인 2만5000원에 판매하니 다른 가게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마산에서의 안경 반값 판매 사례가 보여주듯 다비치안경은 언제나 업계 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는 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혁신의 백미는 국내 최초 ‘정찰제’ 도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다비치안경은 본사 매출기준으로 87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2위 룩옵틱스(664억원)를 제치고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업계 최초 정찰제, 가격 흥정 시간에 더 나은 고객서비스 위해
경남 진주 태생인 김 대표는 대학 때까지만 해도 안경과는 아무 관계 없는 그저 평범한 ‘공시생’ 중 한 명이었다. 그는 “3개월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었는데 공부는 체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눈여겨본 것은 안경점을 하던 김 대표의 매형이었다.
매형의 소개로 한 안경 도매점 직원으로 관련 지식을 쌓은 김 대표는 86년 부산 동래구에 황실안경원을 개업한다. 김 대표는 “당시 안경사 시험이 시행되기 전이라 개업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부산에서도 부촌에 자리 잡은 그의 안경점 장사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개업 3개월 만에 도둑을 맞았다. 그는 “추석 때 고향에 갔다 와보니 안경점이 텅텅 비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번 돈은 고사하고 외상을 통해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93년 마산으로 이전해 문을 연 뉴부산안경원은 공장 직거래를 통해 가격파괴를 본격적으로 이뤄냈다. 김 대표는 “당시 주변 상인들이 별의별 걸로 걸고넘어져 경찰서와 검찰도 들락거렸다”고 말했다. 95년 김 대표는 투자액 5배를 받고 진정서를 냈던 주변 안경점 사장에게 가게를 매각한 뒤 창원에 새 터를 잡는다. 43㎡(13평) 규모로 시작했던 그의 안경점도 330㎡(100평)으로 늘었다.
1년 뒤 김 대표는 착한 가격, 정찰제를 필두로 한 좋은 서비스를 많은 고객들이 누려야 한다는 생각에 라데팡스라는 이름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혼자 전국을 돌아다니며 가맹점 관리를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와 결국 쓰러지고 만다. 김 대표는 이후 7년간 휴식기에 들어간다. 라데팡스 가맹점주의 장사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프랜차이즈 사업 자체는 더이상 확장하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간판 늘리기가 아니라 가맹점이 성공해야
그가 다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한 노(老) 사업가를 통해서다. 김 대표는 “중국 상하이에서 한 안경공장 사장을 만났는데 그 분 나이가 일흔두살 이었다”며 “그분을 보자 ‘나는 뭐하고 있는 것 인가’ 생각하며 이대론 안 되겠다. 재기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2003년, 그렇게 탄생한 게 지금의 다비치안경체인이다. 서울 명동에 둥지를 튼 다비치안경은 ‘믿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확장은 생각보다 더뎠다.
김 대표는 “무조건 간판만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가맹점이 잘 되는 것이 곧 프랜차이즈가 성공하는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비치안경은 본사가 원하는 위치, 크기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가맹점이 성공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2004년 카이스트 최고경영자과정을 수학하며 그는 멘토를 만나게 된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 재직하던 한 고위 인사가 인재육성의 중요성을 설파했다”며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지만 1년이 지나니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멘토의 말대로 2005년 다비치교육원을 거쳐 2007년 안경사관학교를 설립한다. 이곳에서 신입 안경사는 4개월 동안 매일 밤 10시까지 강도 높은 교육을 통해 실무 능력을 갖춘 안경 전문가로 재탄생한다. 초창기 30명 수준이던 안경 사관학교 입교생은 다비치안경의 성장과 함께 올해 300명까지 늘어 대한민국 안경업계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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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요즘 각종 방송에도 이따금 출연 중이다. 다비치안경 방송광고는 김 대표가 직접 모델로 출연 중이다. 최근에는 이데일리TV ‘연애, 어디까지 해 봤니?’라는 예능프로에도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사실 방송에 큰 꿈이 있는 건 아니다”며 “소비재 상품을 파는 기업 특성상 대표가 직접 나와 고객 신뢰도를 높여주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방송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다비치안경은 안경 판매에서 제조사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다비치안경은 비비엠(bibiem)과 다온(DAON)이라는 안경테와 뜨레뷰, 아이럽(EYE LUV)이라는 렌즈 브랜드를 지니고 있다.
현재 자체 브랜드는 ODM(제조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형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경북 경산에 2만8099㎡(8500평)의 공장부지를 준비해뒀다”며 “해외진출이 계획대로 된다면 내후년쯤에는 자체 공장을 짓는 것도 고려 중이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인규 다비치안경체인 대표는…
1962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1985년 진주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부산 동래구서 황실안경원을 개업했다. 1990년 부산 국제시장 등에서 뉴부산안경원을 개업한 뒤 1996년 체인점 라데팡스 설립했다. 7년간 공백기를 끝내고 2003년 다비치안경체인을 세웠다. 2004년 초당대 안경광학과 학사, 2012년 초당대 안경광학과 석사, 2015년 동신대 안경광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 한국안광학 대학원장으로도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