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부동산 팔고 현금 늘려라"

이태호 기자I 2007.09.13 09:13:16

롯데도 ''세일즈 앤 리스백'' 추진
금융기법 동원해 땅값 리스크 축소
비용 없는 출점으로 현금 확보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점포를 운영하던 국내 유통업체들의 출점 방식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땅값이 많이 오르면서 보유 부동산을 내다 팔거나 임차 형태로 출점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 특히 전국적인 점포망을 구축해야 하는 대형마트 업체들은 신규 출점시 부동산 직접 소유 비중을 적극 줄여나가는 추세다.

유통업체의 부동산 보유 비중 축소는 공격적인 출점과 기업인수(M&A)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탄 마련의 목적이 크다. 땅값 변동에 따른 재무적인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 "롯데도 부동산 유동화"

지난 11일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사진)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롯데마트 부동산의 유동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넓은 의미에서 부동산 유동화란 '비유동성 자산을 현금화하는 모든 행위'를 가리킨다.
 
유통업체가 종종 활용하는 방법에는 '세일즈 앤 리스백'(sales and lease back·보유 점포를 팔고 임차)과 '빌드 투 숫'(build to suit·토지 소유주가 특정 유통업체를 위한 매장 건설비용을 대고 임대)이 있다.

비유동성 자산인 토지와 건물은 이 같은 방식을 거치면서 통상 자산유동화증권(ABS)·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부동산 펀드 형태로 유동화 된다. 

유통업체측에서는 유동화를 통해 부동산 가격 변동 리스크를 회피하는 동시에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보유세 등을 절감하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일례로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홈에버 시흥점과 동촌점 등 10개 매장을 팔고 6147억원을 조달했다. 점포 소유권을 인수 주체인 ㈜코람코자산신탁에 넘기되, 임대료를 내면서 계속 점포를 운영하는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 거래다.
 
롯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일부 매장의 세일즈 앤 리스백을 포함, 효율적인 출점과 운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돈 없어도 출점 ok!"

"We have enough cash flow"(우리는 충분한 현금창출 능력이 있다)

지난 5일 홈플러스 잠실점 오픈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마이크 이든(Mike Iddon) 삼성테스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신규 출점 자금 마련을 위해 상장할 계획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로서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영업이익률은 신세ㅖ 이마트의 절반 수준이다. 보유 현금도 롯데쇼핑(023530)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가 "2011년까지 할인점 132개(현재 62개)를 확보해 업계 1위 도약"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홈플러스의 최근 출점 방식을 살펴보면, 그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삼성테스코는 STS개발·GE리얼이스테이트와 협력해 '빌드 투 숫' 방식의 출점을 확대하고 있다. STS개발이나 GE가 투자·건설한 점포를 홈플러스가 임차하는 형태. 이 같은 점포(예정지)는 현재 부산·전주·진주 등 9곳에 달한다.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부지매입이나 매장건설 비용 없이 출점하는 셈이다.
 
지난해 상장으로 막대한 현금을 거머쥔 롯데쇼핑도 최근 롯데건설과 공동으로 롯데자산개발㈜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출점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신동빈 부회장은 롯데자산개발㈜을 설립한 주요 목적이 롯데마트 부동산의 유동화 등 유통사업의 효율적인 자산 관리·운용에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적극적인 자산 유동화로 이목을 끌어온 이랜드도 홈에버 매장에 대한 추가 세일즈 앤 리스백 실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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