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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개혁, 그후 터키에서는

강종구 기자I 2005.05.04 09:10:00
[이스탄불=edaily 강종구기자] 한국에서는 정부와 민심을 얻지 못해 지난해 물건너 간(?) 화폐단위변경(리디노미네이션)을 최근 단행한 곳이 있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터키가 그랬다. 터키는 올해 1월 1일부터 무려 100만대 1의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시했다. 100만터키리라(TL)를 1예니터키리라(YTL)로 축소한 것. 올해말까지 신권과 구권이 동시에 사용이 가능하다. 백화점이나 동네 가게에서는 제품의 판매가격을 옛날 방식과 바뀐 방식으로 병행 표기하도록 했다. 터키리라(TL)가 예니터키리라(YTL)로 바뀌었지만 그 자체에 의미는 없다. 어차피 똑같이 리라로 불리우고 외견상 신권과 구권의 차이는 `딱` 한가지 뿐이다. 구권과 신권은 모양도 같고 크기도 같고 화폐속 인물이 터키 독립을 일궈낸 국민적 영웅 `까말 파샤`라는 점도 그대로다. 위조지폐 여부를 가리기 위한 `숨은 그림`마저도 같다. 다만 0(영) 여섯개가 하나로 줄어 20000000(리라)이란 숫자의 경우 20(리라)으로 짧아졌을 뿐이다. 리디노미이션을 하고 나니 우스꽝스런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갑자기 바뀐 돈의 단위에 국민들이 바로 적응을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무역을 하는 미스터 큐벤씨는 "아이들 용돈으로 500만리라를 주다가 5리라를 주게 되니 아이들도 이상하고 주는 부모도 이상했다"고 말했다. 100만리라 하던 껌 한통이 1리라로 바뀌는 것이야 기분이 이상해도 계산이야 간단한데 그보다 작은 단위로 내려가면 좀 더 복잡해 진다. 과거에는 리라 말고는 화폐단위가 없었지만 리라가 생기면서 하위 단위로 `센트`(1센트는 0.01리라)가 생겼다. 셈에 밝지 않은 아이들이나 노인들의 경우 과거 33만리라였던 것을 센트로 계산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1리라를 주면 얼마를 거슬러 받아야 하는지, 오히려 돈을 더 줘야 하는지까지 헷갈리기가 다반사. 택시기사들은 아직도 작년에 쓰던 요금계산기(미터기)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다. 기사도 헷갈리고 손님도 헷갈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신권을 거부할 수는 없으니 10리라를 받고 100만리라(물론 구권이다)를 거슬러줘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래도 대부분의 터키 국민들은 리디노미네이션을 `잘한 일`로 꼽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제 외국인들에게 창피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전에 1달러당 130만리라정도 하던 환율이 지금은 1.3리라 정도로 달라졌다. 국가 이미지도 달라졌다고 느낀다. 터키의 국민소득중 가장 큰 부분은 관광수입. 과거 세계를 주름잡던 오스만제국의 후예들이라 그런지 자존심도 세기도 하지만 허구헛날 "저 빵은 200만리랍니다. 액센트 자동차는 15조리랍니다" 설명하기가 속된말로 "쪽팔렸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해 우려했던 것처럼 리디노미네이션으로 인한 물가상승은 없었다고 한다. 올해 1월과 2월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9.23%와 8.69%로 지난해 9.3%보다 낮다. 이달들어 물가가 다시 크게 뛰었다고 한다. 그러나 화폐개혁때문이 아니라 세금때문이란다. 6.5%정도 하던 일부 세율이 20%까지 급등했고 그에 따라 다른 제품가격들도 덩달아 올랐다는 것. 큐벤씨는 "화폐 바꾼 거는 물가에 무죄예요. 물가는 세금이 올려요"라고 변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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