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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주거불안은 시차를 두고 청구서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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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현 기자I 2026.09.08 0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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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세제개편 신뢰 잃고 공급 대책도 '글쎄'
정부, 청년·신속·공급 외치지만 여전히 예측 불가능
집값 상승 시 출산율 7년간↓…미래 준비 사명 가져야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결국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희망이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이재명 정부 같은 정권이 해야 할 제일 중요한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주거는 인간에게 가장 근본적인 삶의 조건이다. 주거가 흔들리면 살면서 하게 되는 여러 중요한 선택들이 휘청거릴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말한 ‘희망’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결국 결혼과 출산을 앞둔 청년들의 주거 안정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행보는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 세제개편안은 오락가락 번복 끝에 혼란만 남긴 채 국회로 넘어갔다. 필요하다면 정책의 수정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뚜렷한 원칙 없이 내놨다가 여론에 밀려 국회로 공을 떠넘긴 모양새다. 오히려 시장에 “떼를 쓰면 바뀐다”는 잘못된 신호만 줬다.

‘청년’과 ‘속도’를 앞세운 공급 대책엔 묘한 불신이 감돈다. 주거 불안은 집값 상승이 주요 원인이지만 예측이 불가능해질 때 배가된다. 대규모 공공임대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기다리고 싶어도 내가 언제, 어디에, 얼마에 들어갈 수 있을지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함만 커질 뿐이다.

2018년부터 추진한 3기 신도시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하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새 대표가 “2030년까지 전례 없는 속도로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오히려 그동안 속도가 너무 더뎠다는 얘기다. 3기 신도시 공급을 기다렸던 당시의 청년층에게 돌아온 것은 더욱 벌어진 주거 격차다.

물론 새로운 택지를 확보하고 집을 짓는 것은 험난하고 지리한 과정이다. 지금의 주택공급 부족은 꼭 현 정부 탓만도 아니다. 그런데도 임기 내에 십년지대계의 성과를 내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남발하는 건 청년들의 착시와 정책적 엇박자를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정부 지지율 하락세 때문인가 하는 의구심마저도 든다.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해법보다는 선언적인 경향이 강한 모습이다.

문제는 이같은 주거 불안이 가져올 미래의 청구서다. 지금 잘못된 판단의 여파는 현 정부의 임기가 이미 끝난 뒤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출산율이다. 국토연구원의 조사 결과 주택가격이 1% 상승하면 7년 동안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이 약 0.014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주택가격이 5% 올랐다면 향후 7년간 합계출산율은 0.07명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0명이다.

바람직한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오늘의 방향 설정이 제대로 돼야 한다.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집값 변동이 불가피하다면 장기적으로 내가 어떻게 대응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내 집 마련이 아닌 상황에 따라 전·월세나 정부의 공공임대를 선택하더라도 또 다른 주거 연착륙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정부가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정책을 펼치고는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개인의 합리적인 장기 대응 전략까지 통째로 뒤흔들 소지가 있다는 점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 정부와 국회는 주거 정책을 펼치면서 단발성 처방과 정무적 계산에서 벗어나, 미래 세대의 ‘희망’을 만든다는 사명감을 갖고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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