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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00원대 새 기준점"…원화 가치 높이고 산업 재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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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I 2025.12.01 05:23:00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②]
1400원대 고착…단기 처방의 한계 분명해져
''원화'' 무역결제…달러 편중 줄이는 국가 전략 모색
단순 ‘환율 방어’ 넘어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화되며 한국 경제의 불안 신호를 켜고 있다. 단기적 외환시장 개입은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전문가들은 장기적 해결책으로 원화 국제화, 원화 표시 채권 확대, 무역결제 다변화 등 국가적으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단순한 ‘환율 낮추기’가 아닌 한국 경제 구조를 강화하는 프로젝트가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1400원대의 환율을 과거 기준으로만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기준점으로 받아들이고 환율을 되돌리는 논쟁보다 새로운 균형에 맞는 시장을 설계할 기회가 더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원화’ 비인기 통화…원화 채권 발행·기축통화 연계 강화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해 원화의 국제적 위상은 여전히 낮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금융허브 전략과 연계해 2003~2004년 원화 국제화를 시도했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참여가 제한적이어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원화 표시 채권은 여전히 희소하며 해외에서의 원화 접근성은 제한적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해외에서 원화를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원화 표시 채권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율 불안 시 달러만 찾는 구조에서 벗어나 원화 자산 접근성을 높이면 장기적으로 환율 안정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원화의 시장 데이터 통합도 필요하다. 현재 외환시장은 달러 중심 거래가 대부분이며, 유로와 엔화 등 다른 기축통화와의 연계는 제한적이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를 유로, 엔화 등 외국 통화를 쌍방향으로 연결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 데이터를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방향 달러 거래에서 발생하는 가격 왜곡을 줄여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사진=뉴스1
한국형 ‘무역결제 전략’ 마련

무역결제 분야에서도 원화 국제화는 더딘 상황이다. 한국에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원화 무역결제는 전무한 수준이다.

반면 중국은 위안화 결제를 적극 확대하며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디지털 위안화(e-CNY) 도입과 더불어 의무적으로 20% 정도 위안화로 무역 결제를 하고 있는 사례를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중국처럼 일정 강제성을 두는 방안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한국은 외교와 무역 구조상 완전 강제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수출입 업체와 무역국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무역에서 원화 결제를 늘린다면 달러로 쏠린 환율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 원화의 국제 통화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국내 외환시장은 여전히 ‘닫힌 시장’에 가까워 시스템 접근성도 손봐야 한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과의 괴리를 줄이고 홍콩, 싱가포르 등 외국 딜러가 장내·장외 거래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계좌 개설과 보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거래세를 글로벌 수준으로 정비하는 등 원화를 24시간 거래 가능한 통화로 만드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할 경우 단기적 환율 안정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외환시장 깊이를 확보하고 외환 충격을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해외투자 쏠림…산업·자본시장 체질 개선 필수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경제 구조의 변화 없이는 환율 안정이 쉽지 않다. 현재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가계와 기업의 해외 투자 확대다. 국내 기업들의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산업 성장 둔화로 인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해외로 자금을 이동시키며, 이는 환율에 직접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단기적 주식시장 활성화나 배당 확대 정책이 일정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근본적 해법은 기업의 성장 잠재력과 산업 경쟁력 강화, 자본시장의 신뢰 확보 등 장기적 구조 개선에 있다.

최근 국민연금의 외환시장 활용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연금의 본질은 안정적 수익 창출로, 단기적 환율 안정 방향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시장이 연금을 ‘안전판’으로 인식하면 환헤지 수요는 줄고, 공적 자금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연금이 추구하는 장기 목표와 충돌하며, 환율 안정이 수익창출을 잠식할 위험을 내포한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1400원대 환율을 과거 기준으로 비정상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새로운 균형점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맞는 시장 구조를 지금부터 설계해야 한다”며 “대응이 빠르면 비용은 작고 변화의 폭은 커진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원화 신뢰 회복과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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