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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내란특검 등 세 건의 특검법에 의해 특검은 자신이 기소한 사건의 재판 중계를 법원에 요청할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이를 허가해야 한다. 실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난 9월 24일과 26일, 10월 2일 재판이 영상으로 공개됐으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9월 30일 1심 형사재판도 중계됐다.
과거 하급심 재판 중계라 함은 언론사에 한정해 공판 시작 전 촬영을 허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도 선고 장면만이 중계됐을 뿐, 변론 과정이 송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이 시행하는 중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실시간 생중계’와는 다소 다르다. 법원은 재판을 녹화한 뒤 피고인의 개인정보나 비공개 증거 등 민감한 부분을 편집해 유튜브에 공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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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중계의 도입은 사법 신뢰 회복과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국민이 재판 과정을 직접 확인함으로써 법 집행의 공정성을 체감하면 판결 결과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건의 경우 절차적 정당성을 중계해 보여줌으로써 사법 불신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
재판 중계는 언론 보도를 통한 왜곡을 줄이고 국민이 사법 현실을 직접 판단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언론의 편집을 거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법정’이 공개될 때 사법 절차의 객관성이 강화된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공개된 법정이 재판부에 긴장감을 부여해 판결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실제 법관들 사이에선 재판 중계가 긍정적인 긴장감보단 실무적 부담감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법 소속 한 현직판사는 재판 중계로 인한 부담으로 “배당이 된다면 어쩔수 없지만, 특검에서 넘어오는 재판은 되도록 피하고 싶어하는 분위기”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법관들은 재판 중계로 인해 심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단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통상 재판에서는 이른바 ‘말 맞추기’를 방지하기 위해 주요 증인들끼리 또는 피고인, 변호인의 접촉을 제한하고 있는데, 재판이 중계됨으로써 증인의 기억의 왜곡 또는 고의적인 진술 변경이 용이해졌다는 것이다.
여론의 흐름이 재판 방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재판 중계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단편적으로 소비될 경우, 맥락이 왜곡되고 여론이 법정 밖에서 판결을 내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 공개는 찬성이나 중계는 마치 피고인 망신주기가 목적인 인민 재판 같은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나 증인의 신상 노출로 인한 2차 피해 우려도 있다.
국민적 관심사라 하더라도 대중의 직접적 참여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 논의도 이어진다. 실제로 법원이 업로드한 윤 전 대통령 재판 영상의 조회수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각각 596회, 174회, 166회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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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재판 중계방송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재판중계가 가장 활발한 주요 국가 중 하나는 중국이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2016년부터 ‘재판공개망’을 통해 형사 뿐만 아닌 민사, 행정 소송 등 대부분 하급심 재판을 생중계하고 있다. 지난 재판도 검색해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영국 대법원 역시 중계를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자체적인 운용 외에도 언론사를 통해서도 송출한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1심 및 항소심 재판 과정에 대해 카메라 중계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재판장의 재량권이 절대적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중계에 소극적이다.
영미법계 국가에 비해 독일, 프랑스, 일본의 경우는 재판 중계방송에 조심스러운 편이다. 일본은 사실심과 최고재판소 재판에 대해 중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독일은 각급 법원을 제외한 헌법재판소만 중계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법률심을 다투는 대법원에서 2013년 3월부터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이 최초로 중계됐다. 2019년 8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가 최초로 중계됐고 2020년 5월부터는 ‘소부 공개 변론’까지 중계를 시작했다. 이후 2020년 8월부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는 중계가 정례화됐다.
재판 중계는 국민의 알 권리와 피고인의 권리 사이에서 섬세한 균형점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다. 개인정보 보호, 증언 오염 방지, 법정의 존엄과 질서 유지 방안 등 다양한 쟁점도 산적해 있다. 중계 요구가 점차 일반 재판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