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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 감정 시스템의 부재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구조적 문제다. 전문 감정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시스템이 부실할 뿐 아니라 표준화한 감정 기준이나 과학적·체계적 연구 역시 부족하다. 현재 사용하는 감정 방식은 안목 감정, 필적 비교, 안료 분석, 채색 및 필력 분석 등이 있으나 과학적 감정은 작품 손상 우려로 제한적이고 대부분은 전문가 집단의 ‘안목 감정’에 의존한다. 하지만 안목 감정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치명적 한계를 안고 있다. 감정에 참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데 감정에 이해관계인 등을 일부러 참여시키거나 반대로 고의로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현재 미술 감정은 소수 기관과 몇몇 전문가의 경험에 의존하는 구조다. 인력 풀이 제한적이다 보니 동일 인물이 여러 기관 감정에 중복참여하거나 한 기관이 과거 발급한 감정서를 스스로 재검증하는 모순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번 특검에 참여한 한국미술품감정센터 역시 해당 작품 거래 당시 ‘진품’ 감정서를 발급한 곳으로 알려져 결국 자기 판단을 스스로 다시 감정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구조에서 감정 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23년 ‘미술진흥법’을 제정해 내년부터 미술품 감정업에 관한 규정이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 인력 양성, 감정 기준 마련, 기관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같은 시급한 과제를 해결할 구체적 대안은 뚜렷하지 않다.
이제 예술 작품은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최근 개최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KIAF) 등 국제 아트페어가 국내에 안착하면서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세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감정의 공신력은 시장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신뢰할 수 있는 감정 시스템이 없다면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번 이우환 작품 감정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한국 미술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드러낸 사건이다. 미술품의 가치를 떠받치는 최종적 기반은 결국 ‘신뢰’다. 이제는 그 신뢰를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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