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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까지 3일간 DDP 아트홀 2개관에서 열리는 ‘팬 페스트’는 국내 게임 업계에서도 상당히 특색있고 규모 있게 만든 이벤트다. 국내에서 20년이 넘은 게임은 흔치 않은데,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출시돼 현재 20~30대인 Z세대들과 함께 커온 게임이다. 이번 행사엔 3일간 총 6000명이 참여했다.
DDP 아트홀 2개관을 통째로 꾸민 ‘팬 페스트’ 현장은 게임 속 이용자들이 모이는 장소인 ‘헤네시스 광장’을 재현해냈다. 마치 테마파크처럼 크고 작은 주황버섯(게임내 캐릭터)들과 풍차, ‘메이플스토리’란 이름과 걸맞은 거대한 단풍나무까지 고스란히 옮겨놨다. 행사장 입구엔 ‘메이플스토리’를 총괄하는 강원기 넥슨 디렉터가 일일이 게임 이용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상당히 인상 깊었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남성 게임 팬 이은성 씨는 “강원기 총괄 디렉터가 직접 나와 인사를 해주는 게 가장 감동이었다”며 “2010년부터 게임을 해왔던 ‘찐팬’ 입장에서 (이날 행사는) 상상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10년 이상 ‘메이플스토리’를 해왔다는 김소연(24) 씨도 “게임내 세계관 구현을 오프라인으로 너무 잘 구현해서 몰입감이 높았다”며 “직접 코스프레를 하시는 분도 있고 전반적으로 행복했다”고 밝혔다.
이번 ‘팬 페스트’에서 눈길을 끈 건 게임 팬들이 2차 창작 굿즈를 만들어 파는 ‘금손상점’ 구역이었다. 게임 지식재산(IP)을 팬들과 함께 공유하고 즐기는 대표적 사례다.
현장에서 매장을 연 20대 팬 권지혜 씨는 “홈페이지 신청해서 참가했는데, 게임내 ‘루시드’와 ‘메르세데스’ 캐릭터를 좋아해 그림 엽서 등 굿즈를 직접 그려서 판매 중”이라며 “그간 여러 게임 행사들이 있었지만 오롯이 팬들만을 위한 이벤트는 처음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아트홀 2관은 게임내 지역을 재해석한 포토존, 각종 아트워크부터 가로 12m, 세로 4m 크기의 대형 LED 일러스트 전시까지 감상 위주로 꾸며졌다. 이밖에도 운세샵, 가위바위보 게임, 메이플 우체통, 헤네시스 주민등록증 등 게임 이용자들이라면 솔깃한 이벤트를 곳곳에 배치해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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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오프라인 확대는 최근 게임사들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넥슨뿐만 아니라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도 이달 초 ‘피자알볼로’와 게임 ‘원신’의 팝업스토어를 개설했는데, 장소가 서울 목동의 주택가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500여명의 팬들이 장사진을 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당일 지방에서 올라온 팬들부터 코스프레를 준비한 팬까지 다양했다.
국내 게임사 시프트업의 ‘니케’도 출시 6개월을 맞아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마포구 망원동 카페를 빌려 테마카페를 운영 중이다. ‘니케’는 이용자가 지휘관이 돼 여러 니케(조작 캐릭터)들을 운용하는데,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같은 게임속 요소를 접목, 메이드(하녀) 카페로 꾸며 눈길을 끌었다. 인게임 요소를 오프라인으로 재현해 이용자 몰입감을 키운 셈이다.
이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는 게임 내에만 한정됐던 이용자 경험을 게임 밖으로 확대해주는 역할을 한다. 문화, 예술, 기술 등 다양한 요소가 접목된, ‘종합 콘텐츠’ 게임을 제2·제3의 형태로 파생시켜 이용자들의 충성도와 몰입감을 높이려는 시도다.
과거와 달리 게임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변화한 것도 한 이유다. 게임사 입장에선 ‘트럭시위’ 등 강경하고 적극적으로 바뀐 이용자들의 목소리는 상당한 부담이다. 이용자 친화적인 정책과 이벤트를 많이 만들어 주기적으로 직접 소통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난 셈이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은 “온라인 게임의 오프라인 이벤트는 가상·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 시대로 가는 자연스러운 진입현상”이라며 “문화, 예술, 기술이 총체적으로 버무려진 게임 콘텐츠에서 파생될 수 있는 캐릭터·공간·스토리 이벤트는 다양한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를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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