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런 컨퍼런스는 기술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전 세계의 가전기기를 포함해 디지털 기술의 트렌드를 읽고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프로토타입과 상용화를 앞둔 제품들을 한자리에서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부터 거의 매년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와 MWC 등의 글로벌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런데 올해는 온라인으로 개최되다 보니 제품을 직접 만져볼 수도 없고 외관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올해 CES 2021이 주는 시사점이 몇 가지 있다. 그간 CES의 메인 아젠다는 2019년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기술과 산업 카타고리에 대한 것들 위주였다. 사물인터넷, 드론, 3D 프린터, 블록체인, 스마트홈, 자율주행차 등이 2019년까지의 핵심 아젠다였다. 하지만 작년부터 키워드에 기술이 아닌 음성 활성화, 데이터 분석, ICT 관광여행 등의 보다 구체적인 문제해결과 관련된 것들이 포함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올해 CES는 모빌리티, 사생활 보호, 교육 등의 우리 일상과 관련된 경험을 담은 키워드가 등장했다. 실제 컨퍼런스 세션의 주제와 참관 전시업체들의 캐치프레이에는 ‘Life’와 ‘Exprience’가 포함된 경우가 많았다. LG는 ‘Life is ON’, 삼성은 ‘Better Nomal for ALL’을 캐치프레이로 걸고 일상에서 기술이 가져다 주는 새로운 경험의 변화에 집중했다. 미네르바는 온라인 교육과 재택수업 등 미래의 교실과 교육의 진화 방향에 대해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워너미디어와 베스트바이, 월마트는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로 인해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의 온라인 쇼핑과 온라인 미디어 사용 확대로 인한 전통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이번 CES는 글로벌 컨퍼런스의 온라인화가 뉴노멀이 될 수 있는 단초를 보여주었다. 사실 CES와 같은 전 세계적인 규모의 오프라인 컨퍼런스가 주는 강점은 몰입감과 현장감인 건 사실이다. 약 5일간 라스베가스에서 기존의 일상과 비즈니스와 단절된 채 온전히 행사장을 누비며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접하고 수십 곳의 관련 기업 관계자와 상담, 문의, 계약을 논하는 것은 흔히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온라인 컨퍼런스는 오프라인만큼 집중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모니터를 통해 보여지는 평면적 화면에 영상과 이미지 등으로 제품과 기술, 솔루션 등에 대한 설명을 보는 것과 현장에서 보는 것이 같을 리 없다. 게다가 오프라인 현장에서는 시공간의 제약 때문에 지금 보고 있는 것에 온전히 집중할 수 밖에 없지만 온라인은 언제든 다른 사이트로 또 전화나 회의, 카카오톡 등 방해 요소로 눈길을 돌릴 수 있어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과 비교해 CES 2021은 전시 규모나 이슈를 만드는 면에서는 미흡했지만, 글로벌 온라인 컨퍼런스의 뉴노멀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또한 MS 팀즈의 확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CES를 주관하는 CTA에서는 이번 온라인 컨퍼런스를 통해 수집한 참관객들의 데이터를 통해 기존에 알 수 없었던 분석을 해서 개선된 다음 번 컨퍼런스의 준비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