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개발로 빌라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입주권을 둘러싼 ‘꼼수’가 늘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입주권을 많이 가지기 위해 주택을 공동명의로 돌리는가 하면 무허가 건물(뚜껑)의 지분을 쪼개 파는 경우도 흔하다.
21일 정비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다주택자들 사이에서 ‘공동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구별로 입주권을 받기 위해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보면 한 명이 정비구역 내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있게 되면 입주권을 1개 밖에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김씨가 A·B 주택 두 채를 가지고 있다해도, A·B 주택을 합친 지분 크기 1개로 계산된다. 즉 빌라 두 채를 가지고 있어도 새 아파트 1채만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도정법에 따르면 김씨가 B 주택을 가족 혹은 지인과 공동명의로 할 시, B주택에 대한 입주권은 따로 가지게 된다. 입주권 2개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물론 B주택에 대한 입주권 또한 공동 명의이긴하지만, 새 아파트 입주권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남는 장사’다.
심지어 지분 배분에 대한 규정도 없기 때문에 단 1%만 타인에게 지분을 나눠줘도 된다. 즉 99%를 김씨가 가지고 있고 나머지 1%만 가족(지인)에게 줘도 김씨는 입주권이 보장받는다. 어찌됐던 ‘공동명의’이기 때문이다. 추후 입주권이 나온 뒤 1% 지분을 다시 사가지고 오는 경우가 흔하다.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요즘같은 부동산 ‘불장’시기에는 새 아파트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며 “새아파트가 보장되는 입주권을 가지기 위해서 다주택자들이 많이 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공재개발을 진행 중인 양평 13구역 인근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동네 주민들 중 집을 두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부 있는데 이미 작년에 공동명의로 돌려놓았다”고 말했다.
◇‘사각지대’ 무허가 건물 쪼개고 쪼개기
입주권을 가지가 위한 꼼수는 이 뿐 만이 아니다. 무허가건물 지분쪼개기(뚜껑)도 다시 횡행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재개발 구역 내에서 1989년 이전 건축된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에게만 조합원 자격이 인정된다. 그러나 무허가건물이 오래 전에 지어진 데다가 무허가 건물이다 보니 소유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악용, 한 채를 10개 넘는 지분으로 쪼개서 파는 방식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한 집에서 10명이 넘는 입주권도 나올 수 있다. 심지어 1989년 전에 이미 쪼개진 지분이었다고 우겨도 조합 측에서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용산구 재개발 사업장의 한 조합원은 “쪼개기 지분이 늘어날 수록 일반 분양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사업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며 “무허가 건물은 깜깜이 건물이라서 지분을 언제 쪼갰는지 조합입장에서 확인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도 무허가건물을 쪼개 팔아 치운 조합원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는 용산구 한강로 일대, 경기권에서는 부천 계수동 일대 쪼개기 지분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관악구 신림동 일대 재개발 사업지에서 무허가 건물을 쪼갠 지분이 판매되고 있다. 신림동의 경우 무허가 건물의 시세는 현금 4억 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해 있는데, 구역지정까지 완료해 시세가 높다는 게 중개사무소의 설명이다. 구역 지정이 되기 전 사업지는 이보다 1억원 저렴하다.
김예림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조합 측에서 무허가 건물 지분을 쪼개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며 “다만 쪼개기한 건물 중 건축 시점 등이 맞지 않아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한다”고 당부했다.